「바닷가 사진관」/ 서동인/ 리토피아 2002년 겨울호
바닷가 사진관
카메라 앞에 곰팡이 핀 보름달 빵처럼
옹기종기 모여 앉은 천연기념물
사진사의 김치, 소리에도 부리 앙다문 새들은
어시장 소금절인 갈치처럼 웃지 않는다
성한 곳이란 하나도 없는 날갯죽지
물버짐 핀 발가락 붕대를 감은 채
환갑을 맞이한 어미새 깃털 뿌리뽑힌 가슴에
그 옛날 물 속에서 부화한 새끼들은
부리라도 비비고 싶지만
셔터를 누를 때마다 반짝이는 물이랑
가라앉아 버린 물 속의 빈집을 추억하는
거짓말처럼 살아온 날들이 되감아진다
저물지 못하는 햇살 머뭇거리는
붉은 커튼이 드리워진 유리창 너머
병든 어미새 남겨두고 또 다른 도래지 찾아
하나 둘 깃을 치는 철새들의 속내까지
현상할 수 있을까, 물 속 인화지 서럽게 출렁이는
남쪽 나라 바닷가 사진관
[감상]
바닷가 사진관에서 본 박제된 철새였을까요. 제 속을 비워내고 온통 방부제로 채워진 새는 부리를 앙 다문 채 웃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시는 죽은 새들에게 생명을 불어넣고 그 과거까지 시선을 가늠합니다. 암실의 붉은 커튼을 열면 박제된 새의 새끼들이었을지도 모를 진짜 철새들이 창밖에서 일제히 날아오르고 있었을 것입니다. 문명의 상징인 카메라에도 포착되지 않는 서러운 그 무엇을 이 시는 인화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