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동물 이야기·5」/ 권혁웅/ 『현대시학』2003년 4월호
상상동물 이야기·5
― 늑대인간
사람들은 세가지 방식으로 늑대인간이 된다 양변기 위에서 목을 빼고
울부짖거나 그녀의 옷 속에 함부로 스며들고 싶은 자들 그리고 급여일
을 기다리는 이들이 그렇다 첫 번째 사람들은 오래 올라앉아 울다가 결
국 피를 보고야만다 양변기 가득 떠오르는 붉은 만월은 무섭다 시도 때
도 없는 달거리는 두 번째 사람들에게도 있다 그녀의 옷 곳에, 몸 속에
둥지를 틀 때까지 그들은 온통 달뜬 상태다 개봉과 밀봉을 반복하는 봉
투운동이 세 번째 사람들의 벌린 입과 핏발 선 눈을 설명해줄 것이다
길에서 엉기적거리며 걷거나 한여름에 여학교 앞에서 롱코트를 걸친
이를 본다면, 혹은 당신 옆집과 앞집과 뒷집과 윗집과 아랫집의 가장을
본다면 이 말을 기억해주길 바란다 아시다시피 늑대인간은 달과 관련
되어 있다
[감상]
달에 관한 이미지를 쫓아가는 흐름이 참 매끄럽습니다. 마치 씨줄과 날줄을 잘 직조해 놓은 언어의 구조물이랄까요. 아이러니하게도 이 시는 '달'이라는 상식으로 굳어진 사실을 조합해 비상식적인 울림을 줍니다. 어찌된 일일까 싶기도 한데, 결국 시의 울림은 곧 '감동'이라는 전형적인 틀을 벗어나고 싶다는 의지를 보여줍니다. 끝없이 우리 의식의 탈주선을 타고 어디론가 달려가는 상상력. 그 티켓이 여기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