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의 허기가 세상을 흔든다』/ 박완호/ 『시작』시인선 26
단봉낙타의 사랑 3
대공원 후문의 나무들이 일제히 한쪽으로 쏠리고 있다
무슨 힘이 저들의 정신을 묶어 한 방향으로 끌고 가는
걸까
바람도 빛도 아닌 블랙홀 같은 주문이 있어 나무들의
육체와 영혼을 잡아당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누군가 내 정신으로 이어진 줄을 당겨 저에
게로 자꾸만 끌고 가는 것이라고
[감상]
바람이 불고 그 바람으로 기우는 나무들의 풍경에서 시인은, 인연과 우주의 질서를 생각해냅니다. 에너지는 어떤 식으로든 힘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고, 이 힘의 근원은 생명체의 여로와도 관련된 물리학의 중요한 화두입니다. 창밖 하염없이 흔들리고 있는 나무들에게서 발견되는 '정신의 이어진 줄', 시가 무엇인가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