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 장옥관 (1987년 『세계의문학』으로 등단) / 《제9회 노작문학상 수상작품집》(동학사) 中
혀
혀와 혀가 얽힌다
혀와 혀를 비집고 말들이 수줍게
삐져나온다
접시 위 한 점 두 점 혀가 사라질수록
말이 점점 뜨거워진다
말들이 휘발되어 공중에 돌아다닌다
장대비가 되어 쏟아진다
그렇게 많은 말들이 갇혀 있을 줄 몰랐던
혀가 놀라며 혀를 씹으며
솟구치는 말들을 애써 틀어막으며
그래도 기어코 나오려는
말을 비틀어 쏟아 낸다
혀가 가둬 놓았던 말들이 저수지에 갇혀 있던
말들이 치밀어 올라
방류된다 평생 되새김질만 하던 혀는
갇혀 있던 말들을 초원에
풀어 놓는다
[감상]
우리의 생활은 말을 통해 소통이 이뤄집니다. 어떤 느낌 어떤 기분에 의해 상대에게 진실을 전달할 수도 있고, 이와는 반대로 왜곡될 수도 있겠지요. 이 시는 이러한 말의 근원이 되는 ‘혀’의 비유가 유장하게 이어집니다. ‘혀와 혀가 얽힌다’는 건 소통의 연결고리를 잇는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내가 내뱉었던 수많은 약속들, 다짐들은 지금 어디쯤 가서 나를 돌아보고 있을까. 생각하다보면 말(言)과 말(馬)이라는 의미의 중첩에 이르기도 합니다. 말이라는 단어의 다양한 의미망을 엿볼 수 있는 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