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날아가세요 - 허연

2001.04.12 10:26

윤성택 조회 수:2171 추천:327

불온한 검은피/ 세계사/ 허연




                날아가세요
                        -悲歌

                                


          어머니神, 바보 같으神

          이 길의 끝에 서 계신 어머니, 돌아올 차비도 없이 가
        서 드릴 마땅한 희망도 없이 당신에게 갔었지요. 전 실패
        했어요 어머니 아세요. 해바라기밭 사이 절룩이며 절 마
        중 나오지 마세요. 눈에 보이지 않아도 볼 수 있다고 하셨
        지요. 평생 시들기만 하는 꽃을 피우시다 이젠 그 자갈밭
        에 눈물만 주고 계시는 어머니 그만 일어나세요. 개발제
        한구역 표지판 넘어, 방음벽 넘어 멀리멀리 날아가세요
        어머니.

          어깨를 잃은 사람들이 흰 새벽을 걸어가는 게 보여요.
        방죽 위를 지나 모두 고향으로 가고 있어요 어머니.




[감상]
슬프고 아름다운 詩입니다. 고향에 대한 아련한 느낌과 아울러 어머니께 전하는 처연한 어조가 읽힙니다. 보여드릴게 없는 희망, 실패했다는 화자의 발언,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중 나오시는 어머니, 그리고 어머니의 눈물, 나비처럼 날아가라는 말…….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면서 늘 지켜보고 있는 어머니에 대한 참모습일지도 모릅니다. 이 시가 더욱 마음에 드는 것은 마지막 연에 있습니다. 그래도 어깨를 잃은 사람들이 향하는 곳, 그것은 시적 모티브로서 고향을 재현시키는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오늘 같이 비 오는 날이었습니다. 이 시집을 읽다가 눈에 무엇이 들어갔는지 자꾸만 눈물을 솟으려 했던 그 때.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1191 꽃피는 아버지 - 박종명 [4] 2001.04.03 3082 281
1190 서울에 사는 평강공주 - 박라연 [1] 2001.04.03 2093 300
1189 정거장에서의 충고 - 기형도 [2] 2001.04.03 3110 294
1188 봄의 퍼즐 - 한혜영 [2] 2001.04.03 2353 313
1187 나무의 내력(來歷) - 박남희 [2] 2001.04.04 2040 291
1186 낙타 - 김충규 [1] 2001.04.04 1996 288
1185 구부러진 길 저쪽 - 배용제 [1] 2001.04.06 1937 296
1184 오존 주의보 2 - 문정영 [1] 2001.04.07 1846 299
1183 넝쿨장미 - 신수현 [1] 2001.04.07 2043 332
1182 그물을 깁는 노인 - 김혜경 [1] 2001.04.09 2629 306
1181 세월의 변명 - 조숙향 [1] 2001.04.09 2476 273
1180 정기구독 목록 - 최갑수 [1] 2001.04.10 1879 280
1179 제기동 블루스·1 - 강연호 [2] 2001.04.10 1800 283
1178 왕십리 - 권혁웅 [1] 2001.04.10 1841 292
1177 트렁크 - 김언희 2001.04.11 1757 332
1176 우체통 - 이진명 2001.04.11 2537 334
» 날아가세요 - 허연 2001.04.12 2171 327
1174 우울한 샹송 - 이수익 2001.04.13 1876 324
1173 찬비 내리고 - 나희덕 2001.04.14 2112 302
1172 내 영혼은 오래 되었으나 - 허수경 2001.04.16 2124 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