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1/ 박경희/ 2001년 『시안』으로 등단
달1
한밤중
자귀나무 밑 벌거벗은 고모가
냇물로 냉큼 들지 못하고
손안에 물을 착착 등으로 받아넘기더니
온몸을 떨며
하얀 꽃잎같은 엉덩이를
살짝 들쳐올린다
물결 층층으로 젖내를 뿌린 쥐오줌풀꽃이
하얗게 피어난다
[감상]
은밀하고도 농염한 서정미가 돋보이는 시입니다. 마치 시 속 공간 어느 바위 뒤에서 엿보고 있는 기분이랄까요. 서정과 시적 긴장을 두루 갖추기가 쉽지는 않았을 터인데 이 시는 그런 접점을 잘 포착했네요. 또한 시 속에 등장하는 나무와 풀에게 이름을 찾아주고 있다는 점도 좋습니다. 솔직히 저 또한 익명에 너무 익숙합니다. 무슨 나무인지, 무슨 풀인지도 모르고 詩 한 줄기 피워내려고 애썼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야후 백과사전을 검색하며, 참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