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사진/ 이성목/ 1996년 『자유문학』으로 등단
단체사진
나는 왜 늘 뒷줄에만 서 있었을까
누렇게 얼룩지고 빛 바랜 흑백사진
눈부시게 터뜨려 주던 플래시 불빛과
좀체 터지지 않던 억지웃음들이
그땐 어쩌면 이렇게도 어정쩡한 자세였는지
앞선 자들에게 얼굴 가려지고
청춘이 반쪽으로 남은 사내
얼마나 더 오래 뒤꿈치를 들고 견뎌야만 할까
세상의 뒷줄들은
[감상]
과거의 단체사진을 보며 지금 삶의 부분을 짚어내는 잔잔한 감동이 있는 시입니다. 이 시는 그렇게 단체사진에 관한 추억만 전하는 것이 아닙니다. ‘청춘이 반쪽으로 남은 사내’가 그러하듯 우리의 일상 속에서의 소외, 우리 사회에서의 소외를 의미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누구나 이런 뒤꿈치를 들며 사진을 찍었던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인생이고 삶이지는 않았을까 하는 시인의 감성 또한 시선을 오래 머물게 합니다. 문득, 그 뒷줄에서 만났던 친구들이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