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어페어/ 진은영/ 『문학과사회』 2000년 등단
러브 어페어
그런 남자랑 사귀고 싶다
아메리카 국경을 넘어오다
가슴에 총 맞은 흰 셔츠의 멕시코 청년
너와
결혼하고 싶다
알바니아로 가서
푸른 장미
꽃 봉오리 터지는 소리가
폭탄처럼 크게 들리는 고요한 시간에
당신과
입맞춤하고 싶다
학살 당한 손들이 치는
다정한 박수를 받으면서
투명한 물방울 속에
우리는 함께 누워
물을 것입니다
지나가는 초록 물고기에게,
학살자의 나라에서도
시가 쓰여지는 아름답고도 이상한 이유를
[감상]
참 여성적인 감수성이 돋보입니다. 고요한 시간의 속살을 만지는 기분이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