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 이재훈/ 98년 현대시로 등단
수선화
한밤중이 되면 내 몸에 수선화가 핀다, 방 안의 모든 소리가 잠을
잘 무렵이면, 내 몸에 꽃씨 앉는 소리가 들린다, 간지러워, 암술과
수술이 살 부비는 소리가 사물거리며 온몸에 둥지를 틀고, 어머 꽃
피네, 마른버짐처럼, 간지러운 꽃이 속옷 새로 피어나네, 내 몸에
피는 꽃, 어머 내 몸에 핀 꽃, 나르키소스의 영혼이 노랗게 물든, 수
선화가 핀다, 아름다운 내 몸, 노랑 꽃파랑이 쓰다듬으며 어깨에서
가슴으로 배꼽으로 핀 꽃과 입맞추고, 시커먼 거웃 사이에도 옹골
지게 핀 꽃대 잡는다, 아아, 아 에코가 메아리치네, 아름다운 내 몸,
거울에 비추어, 아아아 에코가 흐느끼네, 내 몸이 하분하분 물기에
젖네, 꽃들이 더펄거리며 시들어가네, 나르키소스여 내 몸에 오지
마소서 오욕(五慾)에 물든 몸 꽃피게 마소서
한밤중이 되면 내 몸에 수선화가 핀다 방 안의 모든 소리가 잠들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나
[감상]
이 시는 手淫에서 수선화로 점철되는 그리하여 신화적 요소까지 열려 있는, 은유의 체계를 보여줍니다. 읽고 보니 정말 수선화다운 의미가 절묘하게 담겨져 있습니다. 시인의 상상력이란 그렇게 '옹골지게 핀 꽃대'를 부여잡는 일인지도 모르겠네요. 아무리 잡아 흔들어도 꺾이지 않는다면, 꽃이라도 피워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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