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안리 쑥부쟁이>/ 김혜경/ 2005년《시와시학》가을문예 당선작 中
물안리 쑥부쟁이
선창 끝에 파도가 쭈그리고 걸려 있다
바람이 작은 게를 낚시에 끼운다
파도도 물살 다듬으며 낚시를 한다
꼬물대며 미끼에 걸려든 문어
찰칵 마을의 내력을 찍어 인화하는 햇볕
문어는 먹이를 놓지 않으려다
그만 다리 하나를 잃고 물 속으로
파아파아 헤엄쳐 간다
노인은 한참동안 문어가 간 물길을 쳐다본다
오랫동안 창을 갈지 않은 집
덜컥덜컥 깨진 창 바람이 비릿하다
어둠이 석간 신문을 펴면
하얀 쑥부쟁이 물안리 구석구석
숨겨진 기사를 복간한다
[감상]
파도와 바다 그리고 노인, 이러한 고요한 정물을 이 시는 활력의 공간으로 형상화합니다. 자유로운 상상력은 사물에게 개성을 부여하고, <낚시>나 <인화>, <복간> 등의 방법으로 물안리의 소란스러움을 표현합니다. 이처럼 고즈넉한 바다에서 도시의 삶이 떠올려지는 것은 사람과 사람이 부대끼며 살아가야하는 이치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가난한 대장장이 딸의 사랑이야기가 전설이 된 쑥부쟁이가 <숨겨진 기사를 복간>하는, 그 어떤 순정과 기다림이 가을 들녘을 뒤덮는 것인지 노인의 눈빛이 생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