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푸른 사막을 보고 오다 - 권현형

2002.02.22 11:23

윤성택 조회 수:1412 추천:182

<푸른 사막을 보고 오다>  / 권현형 / 1995년 『시와 시학』으로 등단


           
         푸른 사막을 보고 오다

        겨울 저녁 도둑고양이처럼
        고향바다를 훔쳐보고 온 일 있다
        눈길 따라 낙타를 타고 타박타박
        푸른 사막을 지나간 일이 있다
        누가 아직 떠나지 못하고
        파도를 끌어안고 사는지
        그 얼굴이 몹시 궁금했다
        바닷가 노래방
        바닷가 야식집
        바닷가 약국에서
        어부가 되지 못한 옛 친구들은
        소금바람에 부식되어 가고 있었다
        바다는 그렇게 사막처럼 버려져 있었다
        선술집 유리를 통해
        밤새 뒤척이는
        고향바다를 본 것 같기도 하고
        집어등 불빛 때문인가 어둠 속에서 파도가
        눈물자국처럼 번득인 것 같기도 한데
        새벽 고속버스 의자에 올라앉아 생각하니
        고향도 바다도 방금 스쳐 지나온
        간이 정거장처럼만 여겨진 일 있다
  

[감상]
솔직한 속내와 그리고 잔잔하게 드러나는 바다의 정경들이 좋네요. 명절 때 시골의  "보령당구장"에 가면 어김없이 토박이 친구들이 있습니다. 누구는 시청 지적과에, 누구는 간판집 주인이 되어, 누구는 컴퓨터 대리점 주인이 되어 인생이 그러하듯 당구공을 굴리고 있습니다. 모두들 서울로 도회지로 떠나고 이젠 청춘이 빠져나간 거리. 어쩌면 그곳이,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1011 여주인공 - 이희중 2002.02.16 1070 173
1010 단추를 채우면서 - 천양희 2002.02.18 1204 186
1009 폐타이어가 있는 산책길 - 최영숙 2002.02.19 1138 188
1008 귀향 - 박청호 2002.02.20 1187 195
1007 수도관은 한겨울에만 꽃을 피우고 - 심재상 2002.02.21 1133 215
» 푸른 사막을 보고 오다 - 권현형 2002.02.22 1412 182
1005 겨울 밤에 시쓰기 - 안도현 2002.02.23 1601 181
1004 나무를 생각함 - 최갑수 2002.02.26 1295 177
1003 커브가 아름다운 여자 - 김영남 2002.03.04 1196 200
1002 그가 두고 온 빈집에선 - 이정록 2002.03.05 1219 178
1001 버리고 돌아오다 - 김소연 2002.03.06 1174 184
1000 PC - 이원 2002.03.07 1220 198
999 글자 속에 나를 구겨넣는다 - 이선영 2002.03.11 1151 215
998 젊은 날의 겨울강 - 최동호 2002.03.12 1152 210
997 가시 - 남진우 [1] 2002.03.14 1327 217
996 바람불던 집 - 장승진 2002.03.15 1183 200
995 안개에 꽂은 플러그 - 이수명 2002.03.16 1118 178
994 신림동 마을버스 - 최승철 2002.03.18 1151 171
993 무덤 - 안명옥 2002.03.19 1145 205
992 1984년 - 김소연 2002.03.20 1243 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