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진 역』 / 김영남 / 민음사
커브가 아름다운 여자
구불구불한 길,
커브가 많은 삶은 슬프다,
라고 생각하며 그녀의
얼굴을 문지르고 있으면 그녀에게선
아름다운 커브가 나온다.
커브가 아름다운 그녀. 기둥을 자주 수리했던 여
자, 어룽무늬 커튼이 쳐진 여자, 난간이 있는 여
자, 일요일이면 혼자 쉬어야 하는 여자, 바이올린
같은 현이 있는 여자, 그래서 한번 더 슬픈 커브
를 갖는 그녀.
그러나 그녀의 커브를 몇 굽이 돌다보면
의외로 넓고 푸른 뜰을 만날 수 있다.
그 뜰에서 키우는
비둘기와 양을 만날 수 있고,
날마다 하느님의 들녘으로 나가는
황소 같은 어진 발걸음 소리도 들을 수 있다.
뜰을 가득 채워오는 농아들 웃음이
그녀의 어둔 공간을 밝히고
하늘의 별로 반짝여올 때
그녀의 커브는
커브 이상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벼랑을 슬기롭게 돌아나간 커브,
그 커브가 그녀를 향기롭게 한다.
[감상]
좀 더 나아가 봄이 좋은 이유는 그녀의 허리 곡선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커브란 겨울에서 돌아 나온 선의 美인 것이고, 그녀의 커브는 커브 이상이 되기도 합니다. 이 시에서 그녀는 농아였는지, 인생 굴곡이 있는 수녀인지 쉽게 간파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시 전체에서 은은하게 번져오는 분위기가 마음에 드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