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몰락, 시정신의 부활』 / 21세기 전망 제5시집, 이수명 / 김영사
안개에 꽂은 플러그
하루가 해를 가린다.
하루가 나를 붙잡고
내가 알지 못하는 곳으로 흘러간다.
내가 알지 못한 채
다시 돌아오도록 잡아끈다.
하루가 해를 가린다.
나의 식물, 식물들이
몸을 휘어
갖가지 화분 속에서
하루를 받든다.
너에게로 태어나
너에게 닿지 못한
내 푸른 이파리
내 영혼의 플러그는
사라져가는 하루,
그 보이지 않는 안개에 꽂힌다.
[감상]
"플러그"를 다시금 생각합니다. 영혼에 플러그가 있다는 발상. 아마도 그 플러그는 영혼과 육체를 잇는 것이 분명합니다. 하루하루 마모되어 가는 육신은 그 감가상각비만큼의 퇴행의 주름을 건네 받을 것이고요. 그래서 사라져 가는 하루는 안개처럼 자욱한 기억이 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