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부서진 활주로 - 이하석

2001.05.12 13:36

윤성택 조회 수:1286 추천:266

비밀/ 이하석/ 미래사


        부서진 활주로
                        
               

        활주로는 군데군데 금이 가, 풀들
        솟아오르고, 나무도 없는 넓은 아스팔트에는
        흰 페인트로 횡단로 그어져 있다. 구겨진 표지판 밑
        그인 화살표 이지러진 채, 무한한 곳
        가리키게 놓아두고.

        방독면 부서져 활주로변 풀덤불 속에
        누워 있다 .쥐들 그 속 들락거리고
        개스처럼 이따금 먼지 덮인다. 완강한 철조망에 싸여
        부서진 총기와 방독면은 부패되어간다.        
        풀뿌리가 그것들 떠밀고 흙 속으로 당기며,
        타임지와 팔팔 담배갑과 은종이들은 바래어
        바람에 날아가기도 하고, 철조망에 걸려
        찢어지기도 한다, 구름처럼
        우울한 얼굴을 한 채.

        타이어 조각들의 구멍 속으로
        하늘은 노오랗다. 마지막 비행기가 문득
        끌고 가버린 하늘.



[감상]
버려진 활주로의 정경이 한눈에 선합니다. 이런 짧은 묘사만으로도 부서진 활주로에 간 것처럼 느껴집니다. 어쩌면 전쟁이 휩쓸고 간 흔적일지도 모릅니다. 정적이 휩싸인 활주로에 타이어 조각 구멍 속으로 내가 하늘을 보고 있습니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 부서진 활주로 - 이하석 2001.05.12 1286 266
1150 기린 - 구광본 2001.05.14 1367 266
1149 김밥 마는 여자 - 장만호 2001.05.15 1609 298
1148 꿈의 잠언 - 배용제 2001.05.16 1534 278
1147 백신의 도시, 백신의 서울 - 함민복 2001.05.17 1380 324
1146 소음동 삽화 - 서광일 2001.05.18 1290 277
1145 푸른 곰팡이 - 이문재 [1] 2001.05.21 1562 307
1144 편지에게 쓴다 - 최승철 2001.05.22 1612 261
1143 서른 부근 - 이은림 2001.05.24 1541 269
1142 바기날 플라워 - 진수미 [1] 2001.05.25 1378 302
1141 만월 - 정지완 2001.05.26 1317 262
1140 기억에 대하여 - 이대흠 2001.05.28 1566 269
1139 반성 16 - 김영승 2001.05.29 1314 255
1138 그 날 - 이성복 2001.05.30 1622 257
1137 부드러운 감옥 - 이경임 2001.05.31 1397 268
1136 木도장 - 손택수 2001.06.01 1536 350
1135 폭설 - 박진성 2001.06.04 1472 277
1134 방생 - 이갑수 2001.06.05 1213 264
1133 이름 모를 여자에게 바치는 편지 - 니카노르 파라 [1] 2001.06.07 1460 275
1132 목재소에서 - 박미란 2001.06.08 1234 2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