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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재소에서 - 박미란

2001.06.08 10:07

윤성택 조회 수:1234 추천:272

박미란/ 95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목재소에서

        
        고향을 그리는 생목들의 짙은 향내
        마당 가득 흩어지면
        가슴 속 겹겹이 쌓인 그리움의 나이테
        사방으로 나동그라진다

        신새벽,
        새떼들의 향그런 속살거림도
        가지 끝 팔랑대던 잎새도 먼곳을 향해 날아갔다
        잠 덜깬 나무들의 이마마다 대못이 박히고
        날카로운 톱날 심장을 물어 뜯을 때
        하얗게 일어서는 생목의 목쉰 울음
        
        꿈 속 깊이 더듬어 보아도
        정말 우린 너무 멀리왔어

        발갛게 목숨비워 몇밤을 지새면
        누군가 내 몸을 기억하라고 달아놓은 꼬리표
        날마다 가벼워져도

        먼 하늘 그대,
        발돋움하는 소리 들릴 때
        둥근 목숨 천천히 밀어 올리며
        잘려지는 노을
        어둠에도 눈이 부시다



[감상]
목재소를 지나치다가 저걸 시로 써봐? 생각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뭘로 쓸 건지가 가장 큰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이 시는 그 물음에 대해 명쾌하게 자신만의 시선을 투영시켰네요. 결미의 수려한 모습도 좋지만 저는 "꿈 속 깊이 더듬어 보아도/ 정말 우린 너무 멀리왔어"가 가장 와 닿는군요. 솔직히 우리도 너무 멀리 오지 않았나요? 어머니의 자궁에서, 우리가 지녔던 순수에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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