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꿈 101 - 김점용

2001.07.06 13:33

윤성택 조회 수:1618 추천:279

김점용 /오늘 밤 잠들 곳이 마땅찮다/ 문학과지성사

        

꿈 101
    


   <사우나탕인데 대청마루 같은 곳(한증막 같기도 하다)에 나와 어떤 남자가 앉아
있다 우리는 그곳을 수건으로 가렸다 그와 눈빛이 마주치자 내가 입을 맞춘다 마치
그러기를 기다렸다는 듯 매우 자연스럽다 그의 귓불과 목을 애무한다  그러면서 그
의 가슴을 더듬자 물컹, 만져진다 그를 다시 보니 여자다 난 그게 당연하다는 듯 다
시 그 일에 몰두한다>

   몽정을 쏟은 꿈처럼 비릿하다
   빳빳한 중심
   언젠가 사우나탕에 갔을 때
   내게 밥을 사 주겠다던 점잖게 생긴 중년
   숙취도 못 푼 채 나와 버렸지만
   마음이 숨겨둔 은밀한 사잇길을
   내 몸은 가보고 싶었던 것일까
   리비도의 방향이 불온하다
   즐비하게 늘어선 내 안의 검문소들


   * 이 시의 제목은 김지하의 시 제목을 그대로 패러디함.



[감상]
특이하게 김정용은 시 전체를 도입부에 괄호가 있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프로이드식으로 말하자면, 꿈은 인간의 잠재의식 속에 있는 내면적인 세계를 반영하고 있다지요. "은밀한 사잇길"은 동성애에 대한 아련한 접근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것이 좋던 나쁘던 시인은 자기 안에 수많은 검문소를 세웁니다. 어쩌면 그 검문소를 다 통과한 것이야말로 가장 주관적인 자아의 입소가 아닌지, 나는 또 어떤 검문소를 세웠다가 부셨다가 하면서 살아가는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1131 나무에게 묻다 - 천서봉 2001.06.11 1781 327
1130 바닷가 우체국 - 안도현 2001.06.12 1618 267
1129 민들레 - 이윤학 2001.06.13 1803 285
1128 아카시아 - 박순희 2001.06.14 1757 313
1127 4월 - 한용국 [1] 2001.06.15 1565 301
1126 그린 듯이 앉아 있는 풍경 - 박형준 2001.06.18 1534 280
1125 그 숲엔 무수한 뼈가 있다 - 김충규 2001.06.19 1443 311
1124 지푸라기 허공 - 나희덕 2001.06.20 1515 287
1123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 고정희 2001.06.21 1636 276
1122 내 품에, 그대 눈물을 - 이정록 2001.06.22 1488 268
1121 풀잎 다방 미스 조 - 정일근 2001.06.27 1414 265
1120 희망은 카프카의 K처럼 - 장석주 2001.06.28 1649 325
1119 그대들의 나날들 - 마종하 2001.06.29 1522 319
1118 사랑한다는 것 - 안도현 2001.07.02 1970 274
1117 내 안의 골목길 - 위승희 [2] 2001.07.03 1517 269
1116 중독 - 조말선 2001.07.05 1617 288
» 꿈 101 - 김점용 2001.07.06 1618 279
1114 첫사랑 - 하재봉 2001.07.09 1892 306
1113 사랑니 - 고두현 [1] 2001.07.11 1841 258
1112 흉터 속에는 첫 두근거림이 있다 - 정영선 2001.07.12 1620 3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