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고백 - 남진우

2009.11.27 17:50

윤성택 조회 수:1144 추천:131

  《사랑의 어두운 저편》 / 남진우 (1981년 『동아일보』로 등단) / 《창비시선 308》

          고백

        내 그대에게 사랑을 고백함은
        입 속에 작은 촛불 하나 켜는 것과 같으니
        입 속에 녹아내리는 양초의 뜨거움을 견디며
        아름다운 동그란 불꽃 하나 만들어
        그대에게 보이는 것과 같으니

        아무리 속삭여도
        불은 이윽고 꺼져가고
        흘러내린 양초에 굳은 혀를 깨물며
        나는 쓸쓸히 돌아선다

        어두운 밤 그대 방을 밝히는 작은 촛불 하나
        내 속삭임을 대신해 파닥일 뿐

        
[감상]
사랑하는 이에게 고백하기로 마음먹기까지 많은 고민이 앞섭니다. 이 감정이 일방적인 것은 아닌지, 받아들이지 않으면 어쩌지 등등. 물론 고백이 통했다면 그 결단은 아름다운 ‘불꽃’이겠지요. 그러나 야속하게도 사랑은 영원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영원한 사랑을 갈구하지만, 대부분 페닐에틸아민이라는 호르몬 작용에 의해 길어야 30개월 안팎의 설렘으로 멈춥니다. 이러한 사랑의 감정이 녹아내리는 ‘양초’에 비유되면서 그 의미가 시적 상상의 영역으로 확대됩니다. 그러니 가련한 이 촛불로 마음을 밝히고 있는 당신은 또 얼마나 애달프고 가련한 것이겠습니까.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1131 나무에게 묻다 - 천서봉 2001.06.11 1781 327
1130 바닷가 우체국 - 안도현 2001.06.12 1619 267
1129 민들레 - 이윤학 2001.06.13 1803 285
1128 아카시아 - 박순희 2001.06.14 1757 313
1127 4월 - 한용국 [1] 2001.06.15 1565 301
1126 그린 듯이 앉아 있는 풍경 - 박형준 2001.06.18 1534 280
1125 그 숲엔 무수한 뼈가 있다 - 김충규 2001.06.19 1443 311
1124 지푸라기 허공 - 나희덕 2001.06.20 1516 287
1123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 고정희 2001.06.21 1636 276
1122 내 품에, 그대 눈물을 - 이정록 2001.06.22 1488 268
1121 풀잎 다방 미스 조 - 정일근 2001.06.27 1416 265
1120 희망은 카프카의 K처럼 - 장석주 2001.06.28 1649 325
1119 그대들의 나날들 - 마종하 2001.06.29 1522 319
1118 사랑한다는 것 - 안도현 2001.07.02 1970 274
1117 내 안의 골목길 - 위승희 [2] 2001.07.03 1517 269
1116 중독 - 조말선 2001.07.05 1617 288
1115 꿈 101 - 김점용 2001.07.06 1618 279
1114 첫사랑 - 하재봉 2001.07.09 1892 306
1113 사랑니 - 고두현 [1] 2001.07.11 1841 258
1112 흉터 속에는 첫 두근거림이 있다 - 정영선 2001.07.12 1620 3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