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푸른 밤 - 나희덕

2001.07.27 12:35

윤성택 조회 수:1900 추천:268

『그곳이 멀지 않다』 / 나희덕 / 민음사



        푸른 밤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까마득한 밤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
        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
        네 머리 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
        내 한숨과 입김에 꽃들은
        네게로 몸을 기울여 흔들렸을 것이다.

        사랑에서 치욕으로,
        다시 치욕에서 사랑으로,
        하루에도 몇번씩 네게로 드리웠던 두레박

        그러나 매양 퍼올린 것은
        수만 갈래의 길이었을 따름이다
        은하수의 한 별이 또 하나의 별을 찾아가는
        그 수만의 길을 나는 걷고 있는 것이다

        나의 생애는
        모든 지름길을 돌아서
        네게로 난 단 하나의 에움길이었다



[감상]
너에게로 향한 무구한 마음을 알 수 있게 하는 시입니다. 첫 연부터 힘껏 시선을 끌어 모읍니다. 결국 세상의 모든 길은 너에게로 향한 길이었다는 것. 사랑이든 운명이든 그것이 가지고 있는 이 영원성. 이 시가 가지고 있는 영속성에 대한 매력입니다. 잠이 잘 오지 않는 푸른 밤, 그 마음을 되짚어봅니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1111 빛을 파는 가게 - 김종보 2001.07.16 1694 322
1110 카페 리치에서 - 곽윤석 [3] 2001.07.18 1570 304
1109 길에 관한 독서 - 이문재 2001.07.19 1574 291
1108 온라인 - 이복희 2001.07.20 1361 306
1107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 황인숙 2001.07.23 1323 302
» 푸른 밤 - 나희덕 [1] 2001.07.27 1900 268
1105 낡은 의자 - 김기택 [1] 2001.07.30 1574 248
1104 나는 시간을 만든다 - 박상순 2001.07.31 1437 255
1103 기차는 간다 - 허수경 [2] 2001.08.01 1568 236
1102 나무는 뿌리로 다시 산다 - 이솔 2001.08.02 1359 242
1101 울고 있는 아이 - 배용제 2001.08.03 1494 254
1100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백석 2001.08.04 1241 245
1099 소주 - 최영철 2001.08.06 1556 240
1098 섬 - 조영민 [6] 2001.08.07 2047 256
1097 무인 통신 - 김행숙 2001.08.08 1425 262
1096 편지 - 이성복 2001.08.09 2481 271
1095 Y를 위하여 - 최승자 2001.08.10 1701 265
1094 빗소리 듣는 동안 - 안도현 2001.08.13 1762 235
1093 어느 날 문득 - 김규린 2001.08.14 1779 232
1092 내 마음의 풍차 - 진수미 2001.08.16 1717 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