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무애에 관한 명상 - 우대식

2008.01.31 17:34

윤성택 조회 수:1238 추천:128

『단검』 / 우대식 (199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 《실천문학》시집 174  


        무애(無碍)에 관한 명상

        개에게 무슨 말을 했는데 도무지
        알아듣지 못하고
        자꾸 손을 핥는다
        한참을 그러다가
        무애(無碍)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벌판에 내리는 눈 속에
        한순간 개의 혓바닥도
        내 손도
        그나저나 그도 나도
        오늘 겨울 강을 건너는
        한 마리 짐승이라 생각되었다
        거칠 것이 없었다
        그가 무어라 짖는데 나는
        알아들을 수 없고
        눈 속에 파묻힌 그의 네 발을
        핥아보고 싶은 것이다


[감상]
한 번 읽고 난 후 詩에 생각이 배여서 다시 읽어보게 됩니다. 알아들을 리 없는 개에게 말을 건네는 소탈함이 저잣거리 시들과는 좀 다르다고 할까요. 행동이 엉뚱한 듯 싶지만 실은 그 내면에 이르는 발견은 생명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입니다. <겨울 강을 건너는/ 한 마리 짐승>은 단순히 개체의 지칭이라기보다는 <한순간> 태어나고 죽는 섬광과 같은 <거침(과정이나 단계를 겪음)>의 생략입니다. 무애(無碍)란 아무 걸림이 없다는 뜻으로 불교에서 사용되는 용어입니다. 의지(依支)와 일어남(起)이 걸림 없고, 원인과 결과가 걸림 없고, 뚜렷이 통하여 걸림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시인이 행하려는 소통의 방식에서 뭉클한 진정성이 느껴집니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151 개인의 질량 - 이산 2007.12.06 1435 116
150 2008신춘문예 당선작 모음 [5] 2008.01.09 1917 139
149 길에 지다 - 박지웅 2008.01.10 1408 121
148 그믐이었다 - 노춘기 2008.01.11 1235 119
147 왕버들 상회 - 이영옥 2008.01.16 1212 133
146 크래커 - 김지녀 [1] 2008.01.18 1212 125
145 사과 - 송찬호 2008.01.21 1535 117
144 귀명창 - 장석주 2008.01.25 1123 136
143 밤의 능선은 리드미컬하다 - 문세정 2008.01.29 1328 146
» 무애에 관한 명상 - 우대식 2008.01.31 1238 128
141 잠적 - 최문자 2008.02.01 1265 126
140 안녕, 치킨 - 이명윤 [2] 2008.02.04 1643 130
139 검은 젖 - 이영광 2008.02.12 1221 141
138 비상등에 그려진 사내 - 김승일 2008.02.14 1388 124
137 꽃과 딸에 관한 위험한 독법 - 김륭 2008.02.21 1276 120
136 사물의 말 - 류인서 2008.02.28 1321 115
135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 - 손택수 2008.03.04 1541 136
134 온몸이 전부 나사다 - 하 린 [1] 2008.03.06 1418 174
133 비 내리는 오후 세 시 - 박제영 [1] 2008.03.12 1618 132
132 헛새들 - 이사라 2008.03.14 1296 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