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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에이는 날이 있다 - 백미아

2008.10.17 17:38

윤성택 조회 수:2056 추천:123

『물구나무』 / 백미아 ( 2005년 『시와반시』로 등단) / 현대시세계시인선 14 (2008)


        가슴 에이는 날이 있다

        밤을 지새우고
        밥을 거르고
        전화를 꺼놓고
        술을 마시고

        내리쬐는 햇빛은 언제 보았는가

        전신주에 붙은 전단지
        바람에 날린다
        스카치테이프에 붙어 파닥거린다
        슬피 슬피 전신주를 스친다

        멀리 뛰어온 자는
        숨이 가쁘다
        떨어지지 않으려 발버둥친다

        눈이 시린 겨울 한낮
        전신주 아래
        가슴 에이는 날이 있다

        
[감상]
살아가면서 하지 말아야지 하는 것이 ‘밤을 지새우고/ 밥을 거르고/ 전화를 꺼놓고/ 술을 마시’는 것입니다. 이것을 지키지 못하면 가족이라는 도덕 앞에서 매번 죄인이 되곤 하지요. 그런데 좀더 생각해보면 ‘도덕’이란, 보편적 인간들이 맺어놓은 무언의 합의 같은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점에서 문학적 사색은 문란(?)의 길에서 마주치는 ‘전단지’와 같을지 모릅니다. 우리는 시간이라는 ‘전신주’에 붙여진 ‘전단지’입니다. 내력처럼 각종 정보가 적혀 있는 삶이라는 전단지. 낙오 되지 않으려 떨어지지 않으려 애써온 날들이 ‘겨울 한낮’에 목격되는 것입니다. 군더더기없이 깔끔하고 소박한 시를 오랜만에 골라봅니다. 시인의 자서처럼 ‘더운 슬픔과 차가운 슬픔이 있다면/ 오늘은 차가운 슬픔 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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