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기습 - 김은숙

2007.09.05 18:03

윤성택 조회 수:1244 추천:120

『손길』 / 김은숙 (1998년 『그대에게 가는 길』로 작품활동 시작) / 《시작》시인선(2007)


        기습

        느닷없다
        때론 햇살 때론 바람 혹은 무성한 그늘에도
        일순간 덮쳐오는 완강한 기습
        가는 길마저 잊었고
        머물러 있다는 생각조차 없는데
        때론 온 천지에 눈발로 날리고
        때론 빗소리로 가슴에 패이며
        저 밑 어둠 같은 강물로 굽이친다 너는
        한 줌도 안 되는 네 기억은


[감상]
불현듯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그것은 어떤 상황이나 어떤 연상작용도 아닌, 그야말로 갑자기, 걷잡을 수 없게, 느닷없이 떠올려지는 기억입니다. 이 시의 <기습>은 이렇게 관념적인 시적 상황을 명징한 이미지로 생동감 있게 형상화해냅니다. 그 기억의 대상이 어떤 인물이거나 어떤 사건이어도 상관없습니다. 현실은 계절을 바꿔가며 변해가지만 기습이 이뤄지는 순간, 마치 카메라처럼 하늘에서 지상으로 빠르게 내려와 <한 줌도 안 되는> 실체를 포착합니다. 과거는 이미 거대한 공간이고 망각으로 무너져가는 절벽 같은 것입니다. 시집을 읽다보니, 제목처럼 마음의 손길로 세상을 감각하는 시편들로 치열합니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91 그리운 상처 - 양현근 [1] 2009.04.23 2106 119
90 아무도 오지 않는 오후 - 고영 [2] 2009.05.07 2076 117
89 아코디언 연주자 - 김윤선 2009.05.18 1588 124
88 차가운 해가 뜨거운 발을 굴릴 때 - 허수경 2009.11.04 917 116
87 사랑의 물리학 - 박후기 [1] 2009.11.05 937 105
86 숲 - 이기선 2009.11.09 945 112
85 흩어진다 - 조현석 2009.11.10 928 139
84 가랑잎 다방 - 황학주 2009.11.11 1031 133
83 해바라기 - 신현정 2009.11.13 999 118
82 빈 손의 기억 - 강인한 2009.11.14 926 115
81 로맨티스트 - 하재연 2009.11.17 927 108
80 나무 안에 누가 있다 - 양해기 2009.11.18 906 121
79 대설 - 정양 2009.11.19 905 109
78 추상 - 한석호 2009.11.21 855 119
77 야생사과 - 나희덕 2009.11.23 1068 124
76 사랑은 매일 걷는 길가에 있다 - 구재기 2009.11.24 1304 122
75 오늘은 행복하다 - 김후란 2009.11.26 1284 118
74 고백 - 남진우 2009.11.27 1144 131
73 연두의 시제 - 김경주 [1] 2009.12.02 1087 119
72 못을 박다가 - 신현복 2009.12.07 1003 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