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사랑은 매일 걷는 길가에 있다 - 구재기

2009.11.24 18:00

윤성택 조회 수:1304 추천:122

  《가끔은 흔들리며 살고 싶다》 / 구재기 (1978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 《시작시인선》0112

          사랑은 매일 걷는 길가에 있다

        그냥 걷는 길가에서
        하늘을 본다
        움푹 파인 곳마다
        물은 깊은 호수로 고이고
        그 속에 하늘이 내려와 있음을 본다

        매일매일 하늘을 굽어보면서
        길을 걸어가면서

        아무리 굽어보아도
        높은 하늘인 것을
        그 깊이를 알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대여, 사랑은 그렇게
        매일 걷는 나의 길가에 있다
        소나기가 지나간 자리를 보듬어 있다
        나도 모르는 사이 먼저 와 있다

        
[감상]
매번 가던 길인데도 낯설게 보일 때가 있습니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을 발견했거나, 이미 본 것이라도 관심이 가게 되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러나 쉽게 지나치고 쉽게 잊어버리는 건, 일순간 밀려오는 정보들로부터 과부하가 걸린 것은 아닌지요. 이 시는 이러한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휴식과 산책의 의미를 일깨워줍니다. 자유롭게 그리고 천천히, 길을 걷는 것. 거기에 새로움이 있고 설렘이 있고 사랑이 있습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 먼저 와’ 기다리는 길이 있는 것입니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91 그리운 상처 - 양현근 [1] 2009.04.23 2106 119
90 아무도 오지 않는 오후 - 고영 [2] 2009.05.07 2076 117
89 아코디언 연주자 - 김윤선 2009.05.18 1588 124
88 차가운 해가 뜨거운 발을 굴릴 때 - 허수경 2009.11.04 917 116
87 사랑의 물리학 - 박후기 [1] 2009.11.05 937 105
86 숲 - 이기선 2009.11.09 945 112
85 흩어진다 - 조현석 2009.11.10 928 139
84 가랑잎 다방 - 황학주 2009.11.11 1031 133
83 해바라기 - 신현정 2009.11.13 999 118
82 빈 손의 기억 - 강인한 2009.11.14 926 115
81 로맨티스트 - 하재연 2009.11.17 927 108
80 나무 안에 누가 있다 - 양해기 2009.11.18 906 121
79 대설 - 정양 2009.11.19 905 109
78 추상 - 한석호 2009.11.21 855 119
77 야생사과 - 나희덕 2009.11.23 1068 124
» 사랑은 매일 걷는 길가에 있다 - 구재기 2009.11.24 1304 122
75 오늘은 행복하다 - 김후란 2009.11.26 1284 118
74 고백 - 남진우 2009.11.27 1144 131
73 연두의 시제 - 김경주 [1] 2009.12.02 1087 119
72 못을 박다가 - 신현복 2009.12.07 1003 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