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는 밑바닥에서』 / 장영수 / 문학과지성사
세상 먼 바깥쪽에서
해는 지고
잔치도 볼장도
다 보고 사람들
이미 꽤 오래 전에
끼리끼리 다들
흩어져간 뒤
젖고 마른 각종
쓰레기들만 함부로
시린 발에 걸리는
어둑한 이 빈터에
윙윙거리는 바람은
더욱 차가운 때에
어찌하여 나는
소중한 그 무엇들을 다
잃은 사람처럼 끝끝내
한사코 서성이는가
무엇을 위하여
누구를 위하여
마치 세상 먼
바깥쪽 영원한 캄캄한
허공을 홀로 떠돌면서도
기어이 세상 속으로 굳이
다시 돌아오려는 쓸쓸한
유성처럼 운석처럼……
[감상]
어차피 뻔한 세상인 것을 왜 세상 먼 바깥쪽에서 돌아오는 것일까요. 이 시는 어쩐지 "소외"의 느낌을 들게 합니다. 소외가 활동의 자체가 그것에게 속하지 않고 외적(外的)으로나 강제적으로 나타나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라면, 그 내적(內的)의 상황이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그런 게 아닐까요? 어차피 우리네 삶이 진창이라 해도 서로 어우러지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 그래서 "베를린천사의 시"처럼 천사마저 기웃거리는 세상에 다시 돌아와야 한다는 사실. 쓰레기더미 쌓인 공터를 지나 터벅터벅 돌아와야 한다는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