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흔적 - 배영옥

2005.11.16 13:55

윤성택 조회 수:2277 추천:250

〈흔적〉/ 배영옥/ 《문학과사회》 2005년 가을호


        흔적

        동구시장 공중화장실 여닫이문에 둥근 자국이 나 있다
        연두색 칠이 환하게 닳아있다
        손바닥 온기와 급하게 서두르는 힘이 만든 자취,
        사람들은 제 손바닥으로 그 곳을
        밀고 갔을 것이다
        밀어내도 밀어내도 제자리로 돌아오는, 여닫이문은
        자기도 모르게
        저런 흔적을 받아 안은 것인데, 그 자국 또한  
        중심에서 거리가 한참 멀어서
        여닫이문은, 바닥에서 짐짓 한 뼘쯤 떠올라 있다


[감상]
사람들이 드나들며 화장실문을 밀 때 손이 닿는 지점에서 시가 왔습니다. 일상의 공중화장실을 포착하는 시선이 좋습니다. 또 거기에서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흔적>, <중심>의 발견도 돋보이고요. <둥근 자국>, 작은 키에서 큰 키에 이르기까지 손의 위치와 높이에 따라 원의 반경이 그려졌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그러므로 <둥근 자국>의 중심이란, 사람들이 투사해낸 문에 관한 최적의 소통지점입니다. 마음에도 드나들 때 손닿는 위치가 있어, 닳아 가는 그 흔적이 사랑이 되고 그리움이 되는 것인가 봅니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1091 오지 않네, 모든 것들 - 함성호 2001.08.17 1527 216
1090 선천성 그리움 - 함민복 2001.08.20 1451 207
1089 대나무 앞에 무릎을 꿇어라 - 김충규 2001.08.21 1180 195
1088 아카시아 나무 그늘에 오면 - 김혜경 2001.08.22 1369 206
1087 쓸쓸한 날에 - 강윤후 2001.08.23 1651 211
1086 하지 - 조창환 2001.08.24 1259 249
1085 나에게 사랑이란 - 정일근 2001.08.27 1715 218
1084 겨울삽화2 - 천서봉 2001.08.28 1454 191
1083 세상 먼 바깥쪽에서 - 장영수 2001.08.29 1267 212
1082 그런 것이 아니다 - 김지혜 [2] 2001.08.30 1535 223
1081 가을에는 - 최영미 [3] 2001.08.31 2431 235
1080 반성 16 - 김영승 2001.09.03 1273 203
1079 목도장집이 있는 길목 - 최승철 2001.09.04 1242 178
1078 고별 - 김종해 2001.09.05 1212 204
1077 세상의 모든 뿌리는 젖어 있다 - 강연호 [7] 2001.09.07 1411 179
1076 그믐밤 - 신혜정 2001.09.10 1352 210
1075 첫사랑 - 진은영 [2] 2001.09.11 1794 190
1074 비망록 - 김경미 2001.09.12 1375 201
1073 등꽃 - 김형미 2001.09.13 1509 193
1072 가장 환한 불꽃 - 유하 2001.09.17 1723 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