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아구/ 김 경(김혜경) / 2002년 오마이 뉴스& 실천문학 신춘문예 당선작
마른 아구
얼마나 기다렸는지
물기가 달아나고 없다
앙상한 눈빛, 기억을 털고
처마 밑에 매달려 있다
비오는 날 마루에 앉아
민화투를 치는
저 老妓, 참 오래도 매달렸다.
* 老妓(노기) : 늙은 기생
[감상]
좋은 시는 인간의 정신적 가치를 새롭게 합니다. 이 짧은 시가 오늘 기분을 좋게 하는군요. 이 시 "마른 아구"는 한 여인의 일생이 고스란히 묻어납니다. 본디 아구란 몸과 머리가 납작하고 입이 몸 전체를 차지할 만큼 못생겨서 예전에는 쓸모 없게 여겼던 생선입니다. 그 "마른 아구"가 이 시에는 "老妓(노기)"로 다시 승화되어 드러납니다. 청춘의 시절 자신을 떠났을 사내에 대한 기다림이었을까. 그래서 매달린다는 느낌이 자꾸 "삶"에서 발음이 되는 것일까. 그녀가 툭툭, 치는 민화투 소리는 어쩌면 마루 밖 빗소리를 닮았을까. 이런 저런 생각만으로도 이 시는 한 여인의 삶을 액자에 담아 놓습니다. 주제가 모호한 채, 현란하기만한 비유의 쌍권총을 쏘아대는 신춘문예형 시들 사이, 이런 좋은 응축의 시가 인정받는다는 것이 새삼 기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