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관측> / 천서봉/ 《열린시학》 2006년 가을호
행성관측
불행이 따라오지 못할 거라 했다.
지나친 속도로 바람이 지나갔고 야윈 시간들이
머릿속에서 겨울, 겨울, 우는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지나치게 일찍 생을 마친 너를 생각했다.
대개 너는 아름다웠고 밤은 자리끼처럼 쓸쓸했다.
실비식당에서 저녁을 비우다말고 나는
기다릴 것 없는 따스한 불행들을 다시 한 번 기다렸다.
하모니카 소리 삼키며 저기 하심(河心)을 건너가는 열차.
왜 입맛을 잃고 네 행불의 궤도를 떠도는지.
콩나물처럼 긴 꼬리의 형용사는 버려야겠어,
말하던 네 입술은 영영 검은 여백 속으로 졌다.
그래도 살자, 그래도 살자
국밥 그릇 속엔 늘 같은 종류의 내재율이 흐르고
사람을 끌어당기는 건 여전히 사람이지만
나는 더 이상 사람을 믿지 않는다.
[감상]
사람과 사람도 별과 같아 서로 끌어당기는 만유인력이 있고 그 스스로 가야할 궤도가 있습니다. 우리는 그런 우주 속에서 순간순간 조우하는 궤도의 행성들입니다. 이 시는 그런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영영 이별을 겪는 절절한 마음이 느껴집니다. 그리하여 추억은 행성의 소멸처럼 사라진 부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런 <검은 여백> 앞에서 한끼의 허허로운 국밥은 산 사람의 뜨겁고 눈물겨운 실존입니다. 살아가다보면 <사람을 믿는다>는 말보다 <사람을 믿지 않는다>는 말이 더 믿음이 갈 때가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에 대한 믿음으로는 관측되지 않는 <진실>이 더 소중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