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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나무 - 최창균

2002.02.14 18:22

윤성택 조회 수:1323 추천:173

<봄나무> / 최창균 / 《백년 자작나무 숲에 살자》(창비)



         봄나무


        한그루 나무가 있다
        나무 옆에는 연못이 두껍게 얼어 있다
        나무는 연못에 물을 담아두었다 길어 마시며
        오랫동안 목마름의 깊이로 출렁였다
        그렇게 연못도 물이 늘었다 줄어드는 것을
        나무 속을 드나들며 알았다
        겨울 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던
        넘어지면 서로 빠질 듯한 거리
        그 거리를 좁혀 마주한
        나무와 연못
        그윽하게 서로 눈만 바라보고 있더니
        가운데부터 그렁그렁한 눈우물 솟아
        순간 연못에 얼음이 쩌억,
        이제 오래 전 나무에게서 받아두었던
        연못의 물이 나뭇가지의 눈으로
        옮겨가는 중이다



[감상]
어디서 보았던 것일까. 이 시가 퍼득 생각이 났습니다. 연못과 나무와의 관계가 이처럼 정갈하게 보여지다니요. "나무는 연못에 물을 담아 두었다 길어 마시며/ 오랜동안 목마름의 깊이로 출렁였다"의 아름다운 표현에서 세상의 것들에 대한 화해와 따뜻함이 배어 나옵니다. 그리하여 나무의 "눈"의 돋움은, 연못이 보낸 물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 아까부터 이 시는 내 마음을 열고 말을 걸어옵니다. 나무와 연못 참 정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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