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신용목/ 《현대시》 2007년 1월호
저녁에
사선(斜線)으로 떨어지는 저녁, 옆구리에 볕의 장대를 걸치고
새가 운다
저녁 하늘은, 어둠을 가둔 볕의 철창
저녁 새소리는,
허공에 무수히 매달린 자물통을 따느라
열쇠꾸러미 짤랑대는 소리
저녁 감나무에, 장대높이로 넘어가는 달
[감상]
짧지만 이미지의 강렬함으로 깊이가 우러나는 서정시입니다. 이 시는 크게 두 축으로 이미지를 분할시켰는데 첫째는 <볕의 장대>이고 둘째는 <볕의 철창>입니다. 어렸을 적 감나무의 감을 따거나 할 때 <장대>는 흔히 이용되는 도구이지요. 감꼭지를 살짝 비틀어 떨어뜨리게 하던 그 장대가 <달>과 결합되면서 <달>은 마치 장대높이뛰기선수처럼 감나무를 넘어갑니다. 그리고 저물녘 해를 보고 있노라면 그 붉은 색이 번져 뻗어오는 빛줄기를 볼 수 있습니다. 시인은 이 빛의 기둥들을 통해 <철창>을 발견합니다. <어둠을 가둔 철창>말이지요. 더 놀라운 것은 <저녁 새소리>에 있는데, 저녁에 지저귀는 새들의 소리가 <허공에 무수히 매달린 자물통을 따느라/ 열쇠꾸러미 짤랑대는 소리>랍니다, 참, 기막힌 비유이지 않습니까.
* 실지 현대시 1월호 책자에는 <사선(斜線)>이 <사산>으로 오타로 기입되어 있네요. 좋은 시가 옮기는 과정에서 누가 되지 않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