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의미》/ 김행숙 (1999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 《민음의 시》169
따뜻한 마음
얼어붙은 마음이 녹으면서
차츰 마음이 보이지 않습니다
더욱 외로워졌어요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는 헤아려지지 않습니다
너의 얼굴에 영원히 머무를 것 같은
미소는
미소가 사라지는 순간은
회오리처럼
마음이 세차게 몰아닥칠까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마음의 사막에
가득히
빛
수수께끼의 형상으로
우리의 포옹은
어둠을 끝까지 끌어당기며
서 있습니다
[감상]
마음이란 무엇일까, 그것도 따뜻한 마음. 이 시는 이러한 관념적인 소재인 ‘마음’을 일상의 감각을 동원해 표현합니다. 누군가를 차갑게 대하는 것도 사실은 마음의 표시이기에, 차가운 마음이 녹아 없어진다는 것은 그야말로 ‘무관심’입니다. 그러니 더욱 외롭고, 미소 또한 ‘헤아려지’는 계산적 행동이 아니기에 ‘빛’ 그 자체이길 바랍니다. 이렇듯 따뜻한 마음이란 지금 ‘우리’에게 일어나는 내막의 실체들이겠지요. 쉬운 듯 쉽지 않게 읽혀서 섬세한 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