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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대포 일몰 - 최영철

2002.06.26 10:50

윤성택 조회 수:1007 추천:180

다대포 일몰/ 최영철/ 계간 『시작』창간호 p.295
    

        다대포 일몰


        해지는 거 보러 왔다가
        해는 못보고
        해지면서 울렁울렁 밟아놓고 간
        바다의 속곳, 갯벌만 보네

        해가 흘려 놓고 간 명백한 지문
        어서 바닷물을 보내
        현장검증 중인 지문을 지우지만
        갯벌은 해가 남긴 길고 긴 증거를
        온몸으로 사수하네

        시부렁 시부렁 등을 밀어붙이며
        그 지문에 다 쓰여 있다고

        한 여인이 재빨리 와
        이 과격한 문서를
        저 혼자 읽고 숨기네

        뒤꿈치로 쿡쿡 밟으며
        쑥쑥 지우며.


[최영철시인 시작메모]
내 집에서 서해는 멀리 있지만 서해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아주 오래 전부터 내 가슴에서 이미 술렁이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다대포 바다는 내 집의 남쪽이지만 자주 나는 방향감각을 잃고 그곳을 서쪽으로 착각한다.  (문학사상 2월호)



[감상]
시를 읽으니 해지는 갯벌의 풍경이 선합니다. 한 여인이 말 따옴표 같은 호미로 조개라도 캐고 있었던 것일까요. 은밀한 듯 하면서 그리고 한사코 덮어두려는 밀회. 이렇게 매혹적인 의인의 방법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일몰을 볼 때마다 마음이 자꾸 달뜨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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