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빨간 우편함 - 김규린

2011.04.05 15:14

윤성택 조회 수:2063 추천:149


《열꽃 공희》/ 김규린 (1993년 『한라일보』, 1994년 『동아일보』신춘문예로 등단) / 《시작》0127

          빨간 우편함

        구름 흩어진 자리

        돌아온 그네에
        추억을 얹는 오후

        낡은 외투 호주머니
        꼬깃꼬깃 들어 있는 오랑캐꽃

        손톱 끝 고집스레 남아 있는 봉숭아 육즙

        철지난 유행가 가락을 깔고
        낭창낭창 주저앉은 간이역

        슬픈 트렁크

        번지는

        그대…


[감상]
어느 한적한 시골 간이역에 차를 세우고 한참 동안 서 있는 기분입니다. 하늘을 올려다보고, 저편 초등학교 운동장 빈 그네에 앉았다가, 주머니에 손을 넣고 서 있습니다. 오래된 간판들이 즐비한 그곳을 걷는다면 추억 어딘가에서 그대가 걸어 나올 것만 같습니다. 빨간 우편함이 그리움을 배달할 때쯤 여행의 트렁크도 감정의 빛깔을 지닐 것입니다. 그대가 있었던 그 곳, 그 자리에 빨간 우편함이 열리고 지금의 내가 손을 넣어 더듬습니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1131 눈의 여왕 - 진은영 2010.01.13 1042 105
1130 끝나지 않는 것에 대한 생각 - 신해욱 2010.01.12 1283 109
1129 동사자 - 송찬호 2010.01.09 1032 118
1128 음악 - 강성은 2010.01.07 1171 133
1127 합체 - 안현미 2010.01.06 1029 146
1126 2010신춘문예 당선작 모음 2010.01.05 1349 138
1125 단단해지는 법 - 윤석정 2010.01.04 1251 132
1124 겨울의 이마 - 하정임 2009.12.18 1189 127
1123 어느 행성에 관한 기록 - 이정화 2009.12.16 929 125
1122 자폐, 고요하고 고요한 - 최을원 2009.12.15 949 129
1121 붉은 염전 - 김평엽 2009.12.10 954 131
1120 못을 박다가 - 신현복 2009.12.07 1003 112
1119 연두의 시제 - 김경주 [1] 2009.12.02 1087 119
1118 고백 - 남진우 2009.11.27 1144 131
1117 오늘은 행복하다 - 김후란 2009.11.26 1284 118
1116 사랑은 매일 걷는 길가에 있다 - 구재기 2009.11.24 1304 122
1115 야생사과 - 나희덕 2009.11.23 1068 124
1114 추상 - 한석호 2009.11.21 855 119
1113 대설 - 정양 2009.11.19 905 109
1112 나무 안에 누가 있다 - 양해기 2009.11.18 906 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