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세상 먼 바깥쪽에서 - 장영수

2001.08.29 14:08

윤성택 조회 수:1267 추천:212

『한없는 밑바닥에서』 / 장영수 / 문학과지성사


        세상 먼 바깥쪽에서

        해는 지고
        잔치도 볼장도
        다 보고 사람들
        이미 꽤 오래 전에
        끼리끼리 다들
        흩어져간 뒤

        젖고 마른 각종
        쓰레기들만 함부로
        시린 발에 걸리는
        어둑한 이 빈터에
        윙윙거리는 바람은
        더욱 차가운 때에

        어찌하여 나는
        소중한 그 무엇들을 다
        잃은 사람처럼 끝끝내
        한사코 서성이는가
        무엇을 위하여
        누구를 위하여

        마치 세상 먼
        바깥쪽 영원한 캄캄한
        허공을 홀로 떠돌면서도
        기어이 세상 속으로 굳이
        다시 돌아오려는 쓸쓸한
        유성처럼 운석처럼……

[감상]
어차피 뻔한 세상인 것을 왜 세상 먼 바깥쪽에서 돌아오는 것일까요. 이 시는 어쩐지 "소외"의 느낌을 들게 합니다. 소외가 활동의 자체가 그것에게 속하지 않고 외적(外的)으로나 강제적으로 나타나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라면, 그 내적(內的)의 상황이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그런 게 아닐까요? 어차피 우리네 삶이 진창이라 해도 서로 어우러지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 그래서 "베를린천사의 시"처럼 천사마저 기웃거리는 세상에 다시 돌아와야 한다는 사실. 쓰레기더미 쌓인 공터를 지나 터벅터벅 돌아와야 한다는 사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111 가을에는 - 최영미 [3] 2001.08.31 2431 235
110 그런 것이 아니다 - 김지혜 [2] 2001.08.30 1535 223
» 세상 먼 바깥쪽에서 - 장영수 2001.08.29 1267 212
108 겨울삽화2 - 천서봉 2001.08.28 1454 191
107 나에게 사랑이란 - 정일근 2001.08.27 1715 218
106 하지 - 조창환 2001.08.24 1259 249
105 쓸쓸한 날에 - 강윤후 2001.08.23 1651 211
104 아카시아 나무 그늘에 오면 - 김혜경 2001.08.22 1369 206
103 대나무 앞에 무릎을 꿇어라 - 김충규 2001.08.21 1180 195
102 선천성 그리움 - 함민복 2001.08.20 1451 207
101 오지 않네, 모든 것들 - 함성호 2001.08.17 1527 216
100 내 마음의 풍차 - 진수미 2001.08.16 1717 241
99 어느 날 문득 - 김규린 2001.08.14 1779 232
98 빗소리 듣는 동안 - 안도현 2001.08.13 1762 235
97 Y를 위하여 - 최승자 2001.08.10 1701 265
96 편지 - 이성복 2001.08.09 2481 271
95 무인 통신 - 김행숙 2001.08.08 1425 262
94 섬 - 조영민 [6] 2001.08.07 2047 256
93 소주 - 최영철 2001.08.06 1556 240
92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백석 2001.08.04 1241 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