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내 마음의 풍차 - 진수미

2001.08.16 11:02

윤성택 조회 수:1717 추천:241

진수미 / 97년 문학동네 하계공모 당선작 中




        내 마음의 풍차


        형, 나 이상한 애를 알게 됐어
        아주 작은 애야 형 허리춤에 찰걸……
        (철커덕, 동전 내려가는 소리)
        쿡, 이상한 취미 붙은 게구나
        너 걔 에미 젖비린내에 반한 거 아니냐
        그게 아냐 형
        등에 혹이 하나 달렸어
        형 머리만해, 그래서 허리가 휘었어
        너무 무거워 보여
        어떻게 떼줄까 항상 생각하는데…… (철커덕)
        지랄하지 마 새꺄
        노틀담의 꼽추 새로 찍냐
        킥, 계집이 콰지모도라 거, 재밌는데
        그렇게 말하지 마
        젖은 눈…… 아주 그런 얼굴로 날 봐
        아주 묘한…… 형, 그럼 내가 막 (철커덕)
        녹아내릴 것 같아
        야, 육갑 떨지 말고 내 말 새겨들어
        너는 온전한 줄 알아 (철커덕) 새꺄
        병신이 끼리끼리 모여 지랄 말고
        빨랑 집이나 들어와
        그러지 마 형
        어제 걔 등에서 푸드득 새가 날았어……
        이 새끼가…… 정말 돌았나…… (철커덕)
        ……몇 개 더 부화하면 집을 만들어야겠어
        어쭈― 점점, 환장하네
        ……곧 날 수도 있겠지?
        야! 성질 긁지 말고
        그럼 형에게도 몇 마리 날려줄게…… (철커덕)
        동전이 끝나나봐 형, 형? (급하게)
        마지막인데, 어,(暗電)



[감상]
전화통화로만 이루어진 이 시는 묘한 흡입이 있는 시입니다.  가출한 동생이 형에게 전화하는 형식에서 꼽추의 등장은 왠지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영화 "초록물고기"에서 막둥이가 살인을 하고 공중전화부스에서 전화를 합니다. "큰성, 전화 끊지마, 전화 끊지마 큰성, 생각나? 빨간다리, 빨간색 철교. 우리 어렸을 때 빨간 다리 밑으로 물고기 잡으러 간다고 갔다가 쓰레빠 잃어버려 가지고, 큰성이랑, 형들이랑 쓰레빠 찾는다고, 놀지도  못하고…" 이렇듯 전화는 슬픔을 불러내어 넌지시 방백처럼 읊조리게 합니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1011 누와르론(論) - 박수서 2003.08.07 955 149
1010 빨간 우편함 - 김규린 2011.04.05 2063 149
1009 마음의 서랍 - 강연호 2002.05.24 1408 150
1008 바람소리를 듣다 - 장만호 2003.02.10 1179 150
1007 꽃멀미 - 이문재 2003.04.29 1213 150
1006 봄날의 산책 - 박순희 [2] 2007.01.27 1705 150
1005 사과를 깎으며 - 김나영 2003.05.26 1027 151
1004 수도승 - 홍일표 2007.01.16 1258 151
1003 안드로메다를 등에 지다 - 김산 2007.03.03 1327 151
1002 비의 뜨개질 - 길상호 [1] 2007.03.07 1423 151
1001 누가 내건 것일까 - 장목단 2003.04.22 1018 152
1000 어머니 날 낳으시고 - 정일근 2003.09.01 1185 153
999 상상동물 이야기·5 - 권혁웅 2003.03.28 941 154
998 구멍에 들다 - 길상호 2003.06.10 1092 154
997 민달팽이들 - 문성해 2007.03.23 1329 154
996 늙은 정미소 앞을 지나며 - 안도현 2003.04.21 976 155
995 석모도 민박집 - 안시아 2003.05.21 1021 155
994 신발 - 최두석 2003.07.03 1282 155
993 녹의 힘 - 김봉식 2007.03.20 1208 155
992 버스 정류장 - 이미자 2007.04.26 1672 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