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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 - 최두석

2003.07.03 18:59

윤성택 조회 수:1281 추천:155

『꽃에게 길을 묻는다』/ 최두석/ 문학과지성 시인선 (근간)



        신발
        

        신을 잃어버린 꿈을 꾸고 나서
        새삼 살아오면서 닳아 없앤 신들과
        습관처럼 자주 잃어버린 신들을 생각한다
        불깡통 돌리며 쥐불 놓던 날의 먹고무신
        철길 걸으며 휘파람 가다듬던 날의 운동화
        최루탄 맞고 도망가다 잃어버린 구두를 떠올린다
        이미 걸어온 길 때문에 계속 걸어온 길을 되새긴다
        또한 어떻게 신발끈을 조이고
        부끄럽지 않게 앞길을 가나 생각한다
        불혹을 넘어 지천명을 바라보는 나이에
        어이없이 신을 잃고 헤매다가
        어디서 남녀로 짝짝인 흰고무신 얻어 신고
        어기적거리다가 꿈을 깬 날 아침에.


[감상]
꿈은 살아온 삶이 뒤섞인 데이터들의 충돌현상이 아닐까싶습니다. 짝짝인 것도 아니도 남녀가 나뉜 고무신을 신고 어기적거린다는 것. 불혹을 지내온 화자에게는 얼마나 가슴 조이는 부끄러움일까요. 이렇듯 시인은 길에 관한, 그리고 그 길을 끝끝내 가야하는 삶이라는 화두를 잔잔한 성찰의 눈으로 바라봅니다. 도대체 몇 개째 신발이 우리를 여기까지 데려왔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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