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어머니 날 낳으시고 - 정일근

2003.09.01 12:14

윤성택 조회 수:1184 추천:153


「어머니 날 낳으시고」/ 정일근/ 『문학과 사회』2003년 가을호


     어머니 날 낳으시고

  
  
  오줌 마려워 잠 깼는데 아버지 어머니 열심히  사랑 나누고 계신다, 나는 큰 죄 지은
것처럼 가슴이 뛰고 쿵쾅쿵쾅  피가 끓어 벽으로 돌아누워 쿨쿨 잠든 척한다,  태어나
나의 첫 거짓말은 깊이 잠든 것처럼 들숨날숨 고른 숨소리를 유지하는 것,  하지만 오
줌 마려워 빳빳해진 일곱 살 미운 내 고추 감출 수가 없다
  
  어머니 내가 잠 깬 것 처음부터 알고 계신다,  사랑이 끝나고 밤꽃 내음 나는 어머니
내 고추 꺼내 요강에 오줌 누인다,  나는 귀찮은 듯 잠투정을 부린다,  태어나 나의 첫
연기는 잠자다 깨어난 것처럼 잠투정을 부리는 것,  하지만 어머니 다 아신다, 어머니
몸에서 내 몸 만들어져 어머니 내 몸 부엌살림처럼 낱낱이 다 알고 계신다
  

[감상]
비단 요즘 시의 문제점을 시적 포즈나 허세에 있다는 말이 종종 있습니다. 그러나 이 시에서 보이는 소박하고 독특한 모성의 발견은 시의 진정성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것만 같습니다. 아이의 시선과 지금의 화자의 시선을 넘나들며 부모님의 사랑을 '어머니 몸에서 내 몸 만들어져'라고 아름답게 마무리시킵니다. 가슴 한켠 뜨거워지는 시입니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1011 누와르론(論) - 박수서 2003.08.07 954 149
1010 빨간 우편함 - 김규린 2011.04.05 2063 149
1009 마음의 서랍 - 강연호 2002.05.24 1408 150
1008 바람소리를 듣다 - 장만호 2003.02.10 1179 150
1007 꽃멀미 - 이문재 2003.04.29 1213 150
1006 봄날의 산책 - 박순희 [2] 2007.01.27 1705 150
1005 사과를 깎으며 - 김나영 2003.05.26 1027 151
1004 수도승 - 홍일표 2007.01.16 1258 151
1003 안드로메다를 등에 지다 - 김산 2007.03.03 1327 151
1002 비의 뜨개질 - 길상호 [1] 2007.03.07 1423 151
1001 누가 내건 것일까 - 장목단 2003.04.22 1018 152
» 어머니 날 낳으시고 - 정일근 2003.09.01 1184 153
999 상상동물 이야기·5 - 권혁웅 2003.03.28 941 154
998 구멍에 들다 - 길상호 2003.06.10 1091 154
997 민달팽이들 - 문성해 2007.03.23 1329 154
996 늙은 정미소 앞을 지나며 - 안도현 2003.04.21 976 155
995 석모도 민박집 - 안시아 2003.05.21 1021 155
994 신발 - 최두석 2003.07.03 1281 155
993 녹의 힘 - 김봉식 2007.03.20 1208 155
992 버스 정류장 - 이미자 2007.04.26 1672 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