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날 낳으시고」/ 정일근/ 『문학과 사회』2003년 가을호
어머니 날 낳으시고
오줌 마려워 잠 깼는데 아버지 어머니 열심히 사랑 나누고 계신다, 나는 큰 죄 지은
것처럼 가슴이 뛰고 쿵쾅쿵쾅 피가 끓어 벽으로 돌아누워 쿨쿨 잠든 척한다, 태어나
나의 첫 거짓말은 깊이 잠든 것처럼 들숨날숨 고른 숨소리를 유지하는 것, 하지만 오
줌 마려워 빳빳해진 일곱 살 미운 내 고추 감출 수가 없다
어머니 내가 잠 깬 것 처음부터 알고 계신다, 사랑이 끝나고 밤꽃 내음 나는 어머니
내 고추 꺼내 요강에 오줌 누인다, 나는 귀찮은 듯 잠투정을 부린다, 태어나 나의 첫
연기는 잠자다 깨어난 것처럼 잠투정을 부리는 것, 하지만 어머니 다 아신다, 어머니
몸에서 내 몸 만들어져 어머니 내 몸 부엌살림처럼 낱낱이 다 알고 계신다
[감상]
비단 요즘 시의 문제점을 시적 포즈나 허세에 있다는 말이 종종 있습니다. 그러나 이 시에서 보이는 소박하고 독특한 모성의 발견은 시의 진정성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것만 같습니다. 아이의 시선과 지금의 화자의 시선을 넘나들며 부모님의 사랑을 '어머니 몸에서 내 몸 만들어져'라고 아름답게 마무리시킵니다. 가슴 한켠 뜨거워지는 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