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그곳에도 달빛이 닿았습니다 - 최재목

2004.06.02 11:27

윤성택 조회 수:1709 추천:226

「그곳에도 달빛이 닿았습니다」/ 최재목/ 《시와반시》2004년 여름호

        
        그곳에도 달빛이 닿았습니다

        7월 외곽 한 모퉁이 푸른 달빛에 포도가 익어갑니다
        달빛이 닿은 곳에는 모두 달 이야기로만 가득합니다
        비 내린 뒤 잠깐씩 맑아지는 봇도랑의 무릎을 베고
        찌그러진 포도알들도 달빛의 머리칼을 매만지며, 제법
        세상의 둥근 것들과 이야기를 나눌 줄 압니다
        연표(年表) 같은 포도 이파리를 몇 장 넘기다
        바람은 잠이 들고, 들판엔 조금씩 빗방울이 듣기 시작합니다
        달빛이 갇힙니다, 빗방울은 푸른 관(棺)입니다,
        조용히 포도알은 아름다운 무덤 하나 만들고 있습니다
        그곳에도 달빛이 닿았습니다


[감상]
갑갑한 도시에서 이 시 한 편으로 여름 밤 포도밭에 도착했습니다. 아름다운 달빛과 함께 풋풋한 바람도 붑니다. 아직도 현대시가 서정과 응축의 형식을 져버릴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시는 이처럼 자연을 떠나 살아온 사람들의 먼먼 향수(鄕愁)이기 때문입니다. 아직은 이런 시가 미덕으로 남아야합니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1011 누와르론(論) - 박수서 2003.08.07 955 149
1010 빨간 우편함 - 김규린 2011.04.05 2063 149
1009 마음의 서랍 - 강연호 2002.05.24 1408 150
1008 바람소리를 듣다 - 장만호 2003.02.10 1179 150
1007 꽃멀미 - 이문재 2003.04.29 1213 150
1006 봄날의 산책 - 박순희 [2] 2007.01.27 1705 150
1005 사과를 깎으며 - 김나영 2003.05.26 1027 151
1004 수도승 - 홍일표 2007.01.16 1258 151
1003 안드로메다를 등에 지다 - 김산 2007.03.03 1327 151
1002 비의 뜨개질 - 길상호 [1] 2007.03.07 1423 151
1001 누가 내건 것일까 - 장목단 2003.04.22 1018 152
1000 어머니 날 낳으시고 - 정일근 2003.09.01 1185 153
999 상상동물 이야기·5 - 권혁웅 2003.03.28 941 154
998 구멍에 들다 - 길상호 2003.06.10 1092 154
997 민달팽이들 - 문성해 2007.03.23 1329 154
996 늙은 정미소 앞을 지나며 - 안도현 2003.04.21 976 155
995 석모도 민박집 - 안시아 2003.05.21 1021 155
994 신발 - 최두석 2003.07.03 1282 155
993 녹의 힘 - 김봉식 2007.03.20 1208 155
992 버스 정류장 - 이미자 2007.04.26 1672 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