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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체 - 안현미

2010.01.06 18:04

윤성택 조회 수:1029 추천:146

  《이별의 재구성》/ 안현미 (2001년 『문학동네』로 등단) / 《창비》 306

        합체
        우주 체험을 한 뒤에는 전과 똑같은 인간일 수 없다.
        - 슈와이카트(우주비행사)

        하루종일 분홍눈이 내렸다
        세로도 가로도 없는 그 공간을 ‘방’이라 부를 수 없었기에
        우리는 ‘우주’라는 말을 발견했다

        그후 우리는 ‘하나는 많고 둘은 부족한’ 별에 착륙했고
        중력은 희박했고 궤도를 이탈한 계절은 랜덤으로 찾아왔다
        어제는 겨울 오늘은 여름 낮에는 가을 밤에는 봄

        우리는 당황했지만 즐거웠고 우리는 은밀했다
        이상했지만 세계는 완벽했고 중력은 충분히 희박했다
        검색창 밖으로 하루종일 푹푹 분홍눈이 내렸고

        하루종일 우주선처럼 둥둥 떠다녔다
        사랑과 합체한 사랑은, 그리고 또 우리는
        그 후 ‘하나는 많고 둘은 부족한’ 별의 거북무덤엔 다음처럼 기록되었다

        사랑을 체험한 뒤에는 전과 똑같은 인간일 수 없다!

        
[감상]
우주가 존재하는 이유는 사랑이 현존하기 때문입니다.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만나 사랑을 나누다보면, 그 열망이 ‘하나는 많고 둘은 부족한’ 느낌에 이르기도 합니다. 중력과 시간이 멈춰 버린 듯한 그 감정 안에는 ‘푹푹 분홍눈’이 내리고 ‘계절은 랜덤’으로 돌아갑니다. 마음의 간극을 좁히면서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 이것을 황홀한 ‘합체’라고 한다면 우리는 새로운 존재가 되어가는 것입니다. 사랑과 우주가 같은 의미로 쓰일 수 있다는 걸, 사랑을 체험한 뒤에 느낍니다. 발견되어야 할 우주가 당신 안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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