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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3 - 권혁웅

2007.10.30 10:22

윤성택 조회 수:1266 추천:121

『그 얼굴에 입술을 대다』 / 권혁웅 (1997년 『문예중앙』으로 등단) / 《민음사》(2007)



청춘 3

심야의 고속버스는 운구 행렬이다  나란히 누운 이들이
몽유(夢遊)의 도로 위를 둥둥 떠다닌다  벗어 둔 신발에
고인 추깃물이 넘쳐 바닥에 흐른다 그 위를 지나가는 조
그만 호곡(號哭)들,        

뒷머리를 한 입씩 베어 먹힌 이들이
0시 20분의 터미널을 걸어 나오고 있다
  
누군가 그대의 생각을 조금, 아주 조금
덜어 간 것이다        


[감상]    
장례식에 다녀오는 심야버스쯤이었을까요. 누군가 세상을 떠나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것, 어쩌면 버스는 그 기억들로부터 다시 일상으로 운구 되는 행렬일지도 모릅니다. <청춘>은 누군가에서 누군가로 옮겨가는 열정이며 결핍의 시간들입니다. 자도 자도 관짝 같은 버스에서 뒷머리가 눌리고, 떠난 누군가는 당신이었다가 그였다가 그녀이기도 했을 심야버스에서의 생각들. 조금은 민망스럽게 뒷머리가 눌린 모습이 <생각을 조금, 아주 조금 덜어간 것>이라는 거. 뿔뿔이 흩어지는 뒷모습을 상상하면서 황황하게 멀어져간 누군가가 떠올려지는 건 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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