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126번지 - 이승원

2003.12.19 15:17

윤성택 조회 수:1061 추천:174

「126번지」/ 이승원 / 『문학과사회』2003년 겨울호



          126번지
  
          
          한낮이 때묻어 거뭇해지면서 상한 개떼들이 몰려오는 언덕
          계단에 선 채 취할 때 밤은 타국어로 소년을 호명한다
          노란 허벅지가 선명해지고 풀려난 유인원이 빈 병을 흔들면
          간판은 짧게 주정한다 거리의 주인은 저지대를 굽어보다
          강을 잠시 짝사랑한다 병든 아침이 접근하기 전에
          어두운 복도로 달아나고 싶은 엽서들
          미친 새벽 기차는 속도를 사랑하는 법에 대해 함구하고
          나른한 푸른빛이 배달부를 축복한다


[감상]
의미와 의미 사이 간극이 너무 커 참 아슬아슬한 시입니다. 그야말로 이 낯선 글자들의 조합을 서정으로 봐야하나, 하면서도 시의 매력은 도식화되고 뻔한 것들에 대한 대항이자 모색이라는 걸 다시금 생각합니다. 이미지 즉 분위기에서 오는 징후만으로도 시가 쓰여지고 이해될 수 있다는 확신이, 이 시를 탄탄한 긴장으로 내몰고 응축시킵니다. 어찌되었건 126번지가 한 눈에 선하지 않습니까.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151 정지한 낮 - 박상수 2006.04.05 1763 238
150 편의점·2 - 조동범 [2] 2004.03.18 1390 239
149 밤바다 - 권주열 [1] 2005.06.22 1532 239
148 엽낭게 - 장인수 2006.09.13 1272 239
147 행성관측 - 천서봉 2006.09.22 1521 239
146 소주 - 최영철 2001.08.06 1556 240
145 음암에서 서쪽 - 박주택 2002.09.24 1086 240
144 푸른 국도 - 김왕노 2005.08.04 1421 240
143 12월 - 강성은 [3] 2005.10.26 2075 240
142 내 마음의 풍차 - 진수미 2001.08.16 1717 241
141 달1 - 박경희 2002.08.08 1503 241
140 나비의 터널 - 이상인 [1] 2006.07.27 2064 241
139 두통 - 채호기 2001.05.04 1394 242
138 나무는 뿌리로 다시 산다 - 이솔 2001.08.02 1359 242
137 가장 환한 불꽃 - 유하 2001.09.17 1723 242
136 세 번째 골목 세 번째 집 - 권현형 2006.05.22 1581 242
135 나무 제사 - 오자성 [1] 2006.06.20 1412 242
134 흐린 하늘 - 나금숙 [2] 2005.10.27 2208 243
133 밤의 산책 - 최승호 2006.02.28 2229 243
132 목도리 - 박성우 [1] 2006.03.23 1894 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