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검』 / 우대식 (199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 《실천문학》시집 174
무애(無碍)에 관한 명상
개에게 무슨 말을 했는데 도무지
알아듣지 못하고
자꾸 손을 핥는다
한참을 그러다가
무애(無碍)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벌판에 내리는 눈 속에
한순간 개의 혓바닥도
내 손도
그나저나 그도 나도
오늘 겨울 강을 건너는
한 마리 짐승이라 생각되었다
거칠 것이 없었다
그가 무어라 짖는데 나는
알아들을 수 없고
눈 속에 파묻힌 그의 네 발을
핥아보고 싶은 것이다
[감상]
한 번 읽고 난 후 詩에 생각이 배여서 다시 읽어보게 됩니다. 알아들을 리 없는 개에게 말을 건네는 소탈함이 저잣거리 시들과는 좀 다르다고 할까요. 행동이 엉뚱한 듯 싶지만 실은 그 내면에 이르는 발견은 생명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입니다. <겨울 강을 건너는/ 한 마리 짐승>은 단순히 개체의 지칭이라기보다는 <한순간> 태어나고 죽는 섬광과 같은 <거침(과정이나 단계를 겪음)>의 생략입니다. 무애(無碍)란 아무 걸림이 없다는 뜻으로 불교에서 사용되는 용어입니다. 의지(依支)와 일어남(起)이 걸림 없고, 원인과 결과가 걸림 없고, 뚜렷이 통하여 걸림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시인이 행하려는 소통의 방식에서 뭉클한 진정성이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