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전봇대 - 박제영

2007.10.01 18:03

윤성택 조회 수:1337 추천:117

「전봇대」 / 박제영 (1992년 『시문학』으로 등단) / 《문학마당》 2007년 가을호


  전봇대

  벽과 벽, 골목과 골목, 허공과 허공, 막다른 사이에는 언제나 그가 서있


  그는 빛과 예언이며  또한 어둠과  상처였으니,  모든 기도는 그를 통해
전송되었지만 그로 인해 혼선도 빚어졌다  일용할 양식과 일자리를 구해
주기도 하였지만  장기매매와 성매매를 주선하기도 했다 길 잃은 아이를
찾아주기도 하였지만 아이의 가출을 부추기기도 했다
  
  취한 자나 떠돌이 개가 오줌을 갈길 수도 있겠지만,  그는 여전히 막다
른 곳에서 막다른 자에게 신처럼 우뚝 서 있는 것이다



[감상]
요즘 신도시에는 전깃줄이 땅 속에 묻혀 있기 때문에 전봇대를 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전봇대 서 있는 풍경을 보게 되면 왠지 모를 고즈넉함이 밀려옵니다. 소읍이나 산동네, 그리고 구도시에서 전선으로 모든 이들을 잇대어 주기 때문이랄까요. 이 시는 전력을 전달하는 전봇대의  역할 외에 다양한 기능(?)을 발견합니다. 사람 시선 높이의 그 둥근 여백에 세상살이가 파노라마처럼 붙여졌다 떼어집니다. 고통스러운 세상에 대해 여전히 묵묵부답 중인 신의 큰 뜻을 알 수 없듯, 시인은 수없이 전봇대에 붙여오는 딱지와 사람들에게서 그 막막함을 보았을 것입니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1031 바람막이 - 신정민 [2] 2007.06.13 1303 141
1030 검은 젖 - 이영광 2008.02.12 1221 141
1029 무의지의 수련, 부풀었다 - 김이듬 2007.01.19 1146 143
1028 저녁에 이야기하는 것들 - 고영민 [2] 2008.06.17 1897 143
1027 검은 편지지 - 김경인 2007.07.24 1159 144
1026 녹색에 대한 집착 - 정겸 2007.06.08 1354 145
1025 공중의 시간 - 유희경 2008.12.16 1526 145
1024 얼굴 없는 기억 - 김일영 2003.04.10 1095 146
1023 물의 베개 - 박성우 [1] 2007.04.25 1307 146
1022 밤의 능선은 리드미컬하다 - 문세정 2008.01.29 1328 146
1021 합체 - 안현미 2010.01.06 1029 146
1020 오래전에 잊은 이의 눈썹 - 허수경 [2] 2011.03.15 1813 146
1019 그 집 - 김우섭 2007.06.26 1504 147
1018 타전 - 정영선 2007.07.02 1237 147
1017 혀 - 장옥관 2010.02.12 1757 147
1016 두 번 쓸쓸한 전화 - 한명희 [1] 2003.08.18 1229 148
1015 허공의 안쪽 - 정철훈 [2] 2007.05.30 1508 148
1014 저녁 빛에 마음 베인다 - 이기철 [1] 2007.07.06 1545 148
1013 목단꽃 이불 - 손순미 2003.04.15 1004 149
1012 꿈속에서 아는 사람이 죽는다는 것 - 이진명 2003.05.27 1018 1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