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혀 - 장옥관

2010.02.12 17:01

윤성택 조회 수:1757 추천:147

  <혀>/  장옥관 (1987년 『세계의문학』으로 등단) / 《제9회 노작문학상 수상작품집》(동학사) 中

          

        혀와 혀가 얽힌다
        혀와 혀를 비집고 말들이 수줍게
        삐져나온다
        접시 위 한 점 두 점 혀가 사라질수록
        말이 점점 뜨거워진다
        말들이 휘발되어 공중에 돌아다닌다
        장대비가 되어 쏟아진다
        그렇게 많은 말들이 갇혀 있을 줄 몰랐던
        혀가 놀라며 혀를 씹으며
        솟구치는 말들을 애써 틀어막으며
        그래도 기어코 나오려는
        말을 비틀어 쏟아 낸다
        혀가 가둬 놓았던 말들이 저수지에 갇혀 있던
        말들이 치밀어 올라
        방류된다 평생 되새김질만 하던 혀는
        갇혀 있던 말들을 초원에
        풀어 놓는다

  
[감상]
우리의 생활은 말을 통해 소통이 이뤄집니다. 어떤 느낌 어떤 기분에 의해 상대에게 진실을 전달할 수도 있고, 이와는 반대로 왜곡될 수도 있겠지요. 이 시는 이러한 말의 근원이 되는 ‘혀’의 비유가 유장하게 이어집니다. ‘혀와 혀가 얽힌다’는 건 소통의 연결고리를 잇는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내가 내뱉었던 수많은 약속들, 다짐들은 지금 어디쯤 가서 나를 돌아보고 있을까. 생각하다보면 말(言)과 말(馬)이라는 의미의 중첩에 이르기도 합니다. 말이라는 단어의 다양한 의미망을 엿볼 수 있는 시입니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1031 바람막이 - 신정민 [2] 2007.06.13 1303 141
1030 검은 젖 - 이영광 2008.02.12 1221 141
1029 무의지의 수련, 부풀었다 - 김이듬 2007.01.19 1146 143
1028 저녁에 이야기하는 것들 - 고영민 [2] 2008.06.17 1897 143
1027 검은 편지지 - 김경인 2007.07.24 1159 144
1026 녹색에 대한 집착 - 정겸 2007.06.08 1354 145
1025 공중의 시간 - 유희경 2008.12.16 1526 145
1024 얼굴 없는 기억 - 김일영 2003.04.10 1095 146
1023 물의 베개 - 박성우 [1] 2007.04.25 1307 146
1022 밤의 능선은 리드미컬하다 - 문세정 2008.01.29 1328 146
1021 합체 - 안현미 2010.01.06 1029 146
1020 오래전에 잊은 이의 눈썹 - 허수경 [2] 2011.03.15 1813 146
1019 그 집 - 김우섭 2007.06.26 1504 147
1018 타전 - 정영선 2007.07.02 1237 147
» 혀 - 장옥관 2010.02.12 1757 147
1016 두 번 쓸쓸한 전화 - 한명희 [1] 2003.08.18 1229 148
1015 허공의 안쪽 - 정철훈 [2] 2007.05.30 1508 148
1014 저녁 빛에 마음 베인다 - 이기철 [1] 2007.07.06 1545 148
1013 목단꽃 이불 - 손순미 2003.04.15 1004 149
1012 꿈속에서 아는 사람이 죽는다는 것 - 이진명 2003.05.27 1018 1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