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사하라》/ 김수우/ 《애지》시인선 (근간)
천막
둥그렇게 바닥을 펴면 세상의 중심이 생긴다
네 개의 나무기둥을 세우면 지상의 축이 팽팽해진다
지붕을 펼쳐 얹으면 천막은 아침 신전이 된다
어미에게서 상속받은 이 건축은
새로 도달한 곳 어디든 인간을 낳고 신을 낳는다
이 천막 안에서 아홉 번 태를 쏟았고
수많은 낮과 밤을 지어 마음을 갈아 입혔으며
그보다 더 많은 절망과 희망을 안아 차례차례 키웠으며
그들은 각각 낙타를 길들이는 법
고삐를 움키고 안전하게 사구를 넘는 법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몇 시간 행진하는 법을 익혔다
매일 태어난 오래된 신화들이
신성한 상징으로 늙는 동안
날마다 식탁으로 돌아와 앉는 사하라는 무량하다
배냇냄새 속 저승꽃 돋는 천막 한복판
경계를 지우고 지운, 거인의 손바닥으로
오늘도 그녀는 검은 젖을 꺼낸다
이 우주를 물려받을 딸을 키운다
[감상]
사막에서 살아가는 유목민들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롭군요. 시집 제목이 말해주듯 시집 1부가 모두 사막과 관련된 시편들입니다. 몇 천 년 수분 없이 비약된 곳이 사막이지요. 그곳의 모래알은 그 옛날 숲이 소멸된 징표들입니다. 시 속에서는 <천막>을 중심축으로 사람의 일생이 지어졌다 허물어지고, 혹독한 조건을 견디는 삶이 계속됩니다. 천막 지붕을 모계사회의 <검은 젖>으로 환치시키는 말미 부분이 선명합니다. 큰 기온차로 분열하고 분열하는 붉은 사하라, 거기에 우리의 치열한 현실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