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넝쿨장미 - 신수현

2001.04.07 10:56

윤성택 조회 수:2047 추천:332

1999년 월간<현대시학>등단
2000년 대한매일 신춘문예 시조 당선




넝쿨장미



배가 고파
네가 준 방이 셀 수 없이 많지만
식지 않은 향기가 뚝뚝 넘쳐 나지만
너를 송두리째 틀어쥐고 싶어
자꾸만 배가 고파
나는 뻗어가
손톱이 겁도 없이 마구 돋아
너는 내 몸을 꽃피우고 다시
잎 지우고
나는 벌써 몇 생이 헛손질이었어
아직 가시 남았을 때
뿌리 거두어 줘
손톱 자르고 싶어
속속들이 열어봐야 직성이 풀릴거라구
무엇이던 밀어내고 말거라구
네 안 방방곡곡 그래 만발하고 싶어
내겐 낯선 어둠 같은 것
먹히고 싶어


[감상]
첫 문장부터 욕구에 대한 '싶다'투가 인상적입니다. 아무래도 시가 욕망의 근원에 뿌리를 두고 있기에 더더욱 그런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장미넝쿨이 뻗어 가는 것을 '나는 벌써 몇 생이 헛손질이었어'라고 내다보는 시선도 참신한 발상으로 보이는군요. 먹히고 싶다, 이 얼마나 발칙한 아름다움입니까.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1131 소음동 삽화 - 서광일 2001.05.18 1290 277
1130 봄비 - 서영처 2006.01.14 3275 276
1129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 고정희 2001.06.21 1636 276
1128 이름 모를 여자에게 바치는 편지 - 니카노르 파라 [1] 2001.06.07 1460 275
1127 사랑한다는 것 - 안도현 2001.07.02 1970 274
1126 세월의 변명 - 조숙향 [1] 2001.04.09 2479 273
1125 色 - 박경희 [1] 2005.07.28 1693 272
1124 목재소에서 - 박미란 2001.06.08 1234 272
1123 편지 - 이성복 2001.08.09 2481 271
1122 2006신춘문예 당선작 모음 [1] 2006.01.02 2454 270
1121 바구니 - 송찬호 2001.05.07 1406 270
1120 내 안의 골목길 - 위승희 [2] 2001.07.03 1517 269
1119 기억에 대하여 - 이대흠 2001.05.28 1566 269
1118 서른 부근 - 이은림 2001.05.24 1542 269
1117 푸른 밤 - 나희덕 [1] 2001.07.27 1900 268
1116 내 품에, 그대 눈물을 - 이정록 2001.06.22 1488 268
1115 부드러운 감옥 - 이경임 2001.05.31 1397 268
1114 안녕, UFO - 박선경 2006.05.25 1859 267
1113 바닷가 우체국 - 안도현 2001.06.12 1619 267
1112 발령났다 - 김연성 2006.06.27 1662 2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