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란/ 95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목재소에서
고향을 그리는 생목들의 짙은 향내
마당 가득 흩어지면
가슴 속 겹겹이 쌓인 그리움의 나이테
사방으로 나동그라진다
신새벽,
새떼들의 향그런 속살거림도
가지 끝 팔랑대던 잎새도 먼곳을 향해 날아갔다
잠 덜깬 나무들의 이마마다 대못이 박히고
날카로운 톱날 심장을 물어 뜯을 때
하얗게 일어서는 생목의 목쉰 울음
꿈 속 깊이 더듬어 보아도
정말 우린 너무 멀리왔어
발갛게 목숨비워 몇밤을 지새면
누군가 내 몸을 기억하라고 달아놓은 꼬리표
날마다 가벼워져도
먼 하늘 그대,
발돋움하는 소리 들릴 때
둥근 목숨 천천히 밀어 올리며
잘려지는 노을
어둠에도 눈이 부시다
[감상]
목재소를 지나치다가 저걸 시로 써봐? 생각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뭘로 쓸 건지가 가장 큰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이 시는 그 물음에 대해 명쾌하게 자신만의 시선을 투영시켰네요. 결미의 수려한 모습도 좋지만 저는 "꿈 속 깊이 더듬어 보아도/ 정말 우린 너무 멀리왔어"가 가장 와 닿는군요. 솔직히 우리도 너무 멀리 오지 않았나요? 어머니의 자궁에서, 우리가 지녔던 순수에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