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섬 - 조영민

2001.08.07 13:28

윤성택 조회 수:2047 추천:256

「섬」 / 조영민 / 『빈터』동인




              
        
  



        그 때 안개가 자주 밤을 덮치고
        가로등을 등대 삼아 집들이 정박한 부동항
        섬은 얼마나 커다란 닻을 가졌기에
        더이상 항해하지 않는 걸까
        사람들은 부딪히지 않을 만큼의 좌표를 기록할 뿐
        누구도 뱃길을 기억하지 않았다
        물거품이 섬을 향해 몸을 던지면
        나는 녹슨 갑판에 웅크리고 앉아서
        몹쓸 말들을 종이에 말아
        마리화나처럼 피워대고 나서야
        섬이 가진 닻의 무게를 짐작할 수 있었다
        뱃머리에다 이불을 펴면
        파도가 동침한 흔적
        한 줌 소금이 되어 섬에 남는다




[감상]
시인의 눈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그가 보는 것은 무엇일까? 바다 위의 섬조차 "섬은 얼마나 커다란 닻을 가졌기에/ 더이상 항해하지 않는 걸까"라고 가지는 물음. 이 부분에서 '아!'하고 울림이 옵니다. 일상적이고 상식적인 틀을 벗어난 이 물음이야말로 詩의 기본 품새가 아닐까요. 전체적으로 밀도 있는 수사며, 흐름도 좋습니다. 또 이 시의 좋은 점은 자극적이라는 것이겠지요. "마리화나"부분이나 "파도가 동침한 흔적"부분이 그러한데, 그것이 작위적이지 않는 이유는 비유에서 오는 설득력 있는 설정이 참신하기 때문입니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1131 소음동 삽화 - 서광일 2001.05.18 1290 277
1130 봄비 - 서영처 2006.01.14 3275 276
1129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 고정희 2001.06.21 1636 276
1128 이름 모를 여자에게 바치는 편지 - 니카노르 파라 [1] 2001.06.07 1460 275
1127 사랑한다는 것 - 안도현 2001.07.02 1970 274
1126 세월의 변명 - 조숙향 [1] 2001.04.09 2479 273
1125 色 - 박경희 [1] 2005.07.28 1693 272
1124 목재소에서 - 박미란 2001.06.08 1234 272
1123 편지 - 이성복 2001.08.09 2481 271
1122 2006신춘문예 당선작 모음 [1] 2006.01.02 2454 270
1121 바구니 - 송찬호 2001.05.07 1406 270
1120 내 안의 골목길 - 위승희 [2] 2001.07.03 1517 269
1119 기억에 대하여 - 이대흠 2001.05.28 1566 269
1118 서른 부근 - 이은림 2001.05.24 1542 269
1117 푸른 밤 - 나희덕 [1] 2001.07.27 1900 268
1116 내 품에, 그대 눈물을 - 이정록 2001.06.22 1488 268
1115 부드러운 감옥 - 이경임 2001.05.31 1397 268
1114 안녕, UFO - 박선경 2006.05.25 1859 267
1113 바닷가 우체국 - 안도현 2001.06.12 1619 267
1112 발령났다 - 김연성 2006.06.27 1662 2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