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어두운 저편》 / 남진우 (1981년 『동아일보』로 등단) / 《창비시선 308》
고백
내 그대에게 사랑을 고백함은
입 속에 작은 촛불 하나 켜는 것과 같으니
입 속에 녹아내리는 양초의 뜨거움을 견디며
아름다운 동그란 불꽃 하나 만들어
그대에게 보이는 것과 같으니
아무리 속삭여도
불은 이윽고 꺼져가고
흘러내린 양초에 굳은 혀를 깨물며
나는 쓸쓸히 돌아선다
어두운 밤 그대 방을 밝히는 작은 촛불 하나
내 속삭임을 대신해 파닥일 뿐
[감상]
사랑하는 이에게 고백하기로 마음먹기까지 많은 고민이 앞섭니다. 이 감정이 일방적인 것은 아닌지, 받아들이지 않으면 어쩌지 등등. 물론 고백이 통했다면 그 결단은 아름다운 ‘불꽃’이겠지요. 그러나 야속하게도 사랑은 영원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영원한 사랑을 갈구하지만, 대부분 페닐에틸아민이라는 호르몬 작용에 의해 길어야 30개월 안팎의 설렘으로 멈춥니다. 이러한 사랑의 감정이 녹아내리는 ‘양초’에 비유되면서 그 의미가 시적 상상의 영역으로 확대됩니다. 그러니 가련한 이 촛불로 마음을 밝히고 있는 당신은 또 얼마나 애달프고 가련한 것이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