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원에 대해 생각한다》 / 양해기 (2006년 《경향신문》으로 등단) / 《시작》시인선 0102
나무 안에 누가 있다
나무가 흔들린다
나무 안에 누가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나무가 흔들릴 수는 없다
누가 내 곁을 떠나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많은 나뭇잎들이
한꺼번에
나를 버릴 수는 없는 것이다
[감상]
곁을 떠난 이들이 생각나는 11월입니다. 모두를 떠나보내고 우두커니 서 있는 나무를 생각하면, 어쩐지 저 고독이 누군가의 生만 같습니다. 이 시는 나무로부터 형상화될 수 있는 이미지를 화자의 자의식에 드리워놓습니다. 이렇게 나무와 ‘누가’를 동일화시키는 순간, 생각이 더욱 짙게 배여 납니다. 나무의 흔들림이나 낙엽들이 시인의 감성에 섞여 메시지가 되는 것이지요. 자연과 분리되지 않는 사유에 시적 긴장이 있다고 할까요. 또 무언가 의심쩍어 하는 듯한 ‘그렇지 않고서야’의 어투도 이 시를 정열적으로 구조화시킨다는데 주목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