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끝나지 않는 것에 대한 생각 - 신해욱

2010.01.12 17:34

윤성택 조회 수:1282 추천:109

  《생물성》/ 신해욱 (1998년 『세계일보』로 등단) / 《문학과지성사 시인선》 365

        끝나지 않는 것에 대한 생각

        누군가의 꿈속에서 나는 매일 죽는다

        나는 따뜻한 물에 녹고 있는
        얼음의 공포

        물고기 알처럼 섬세하게
        움직이는 이야기

        나는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하나하나 열거하지 못한다
        
        몇 번씩 얼굴을 바꾸며
        내가 속한 시간과
        나를 벗어난 시간을
        생각한다

        누군가의 꿈을 대신 꾸며
        누군가의 웃음을
        대신 웃으며
        
        나는 낯선 공기이거나
        때로는 실물에 대한 기억
        
        나는 피를 흘리고
        
        나는 인간이 되어가는 슬픔

        
[감상]

 자의식 속 '나'라는 존재의 정체성이 흥미로운 시입니다. ‘나’라는 화자가 내면세계에서 언어화 되면서 간결하고 경쾌한 암시적 여백을 형성합니다. ‘나’와 관련된 이미지들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행간 속에 응축되어 있다는 느낌. 마치 사후를 넘나들며 떠도는 영혼 같은, 아니 아직 인간이 되지 못한 정령 같은 교감이 아련하게 일렁인다고 할까요. ‘인간이 되어가는 슬픔’인 나. 문득 바람처럼 생의 기미가 일고, 한때 나였던 인과적 고리가 쓸쓸하게 환기되는 것 같은.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51 죽도록 - 이영광 [1] 2011.01.26 1219 111
50 폭주족의 고백 - 장승진 [1] 2009.02.12 992 111
49 촛불 - 류인서 2009.03.23 1464 110
48 소각장 근처 - 장성혜 2009.03.18 1047 110
47 역류 - 정재학 2008.07.18 1288 110
46 부리와 뿌리 - 김명철 [1] 2011.01.31 1004 109
45 자동카메라 - 김지향 2010.02.03 1437 109
» 끝나지 않는 것에 대한 생각 - 신해욱 2010.01.12 1282 109
43 대설 - 정양 2009.11.19 905 109
42 부레 - 박현솔 2011.01.29 816 108
41 로맨티스트 - 하재연 2009.11.17 927 108
40 본인은 죽었으므로 우편물을 받을 수 없습니다 - 김기택 2009.03.13 1231 108
39 빗방울 꽃 - 문신 2009.02.09 1155 108
38 소주 - 윤진화 2010.01.14 1215 107
37 사라진 도서관 - 강기원 2010.01.21 1011 106
36 보고 싶은 친구에게 - 신해욱 [1] 2007.09.19 1608 106
35 눈의 여왕 - 진은영 2010.01.13 1042 105
34 사랑의 물리학 - 박후기 [1] 2009.11.05 937 105
33 주름 - 배영옥 [1] 2007.08.30 1260 105
32 바닷가 저녁빛 - 박형준 2009.03.03 1317 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