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그인

2005.09.01 15:26

윤성택 조회 수:2315 추천:84


        로그인

        로그인된 나무에 새순이 돋고
        아이디로 꾹꾹 입력된 꽃이 핀다
        그러므로 계절이라는 사이트에
        들어설 때부터 커뮤니티는 시작된다

        시간의 약관에 동의한 나는
        태어나 로그인된 방문자, 이리저리
        흔적을 남길 때마다 기억이 스크랩된다
        누군가 잠시 나를 떠올리기라도 하면
        카운터가 올라간다
        간혹 내가 접속하고 싶은 사람,
        서로 언약한 적 없어도
        그의 패스워드를 이해해야 한다
        결정적으로 일치해야 다음 단계로 이동할 수 있다

        보는 이가 많아질수록 꽃은
        절정의 트래픽을 갖는다 뿌리의 한계용량에서
        페이지를 표시할 수 없는 이파리가
        미끄러지듯 낙하한다
        변경이 필요로 한 오류범위는 바람이다

        로그인을 했다가 로그아웃하면
        육안으로 보이는 곳에서도 나는 없다
        내가 사실로 존재하는 것은
        경계에 접속된 순간뿐이다
        어디에도 있는 나를
        어디에도 없게 하는 로그아웃,
        나는 태연하게 다른 곳으로 로그인된다


* 시집 《리트머스》(문학동네) 中

 

윤성택
1972년 충남 보령 출생
2001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 『리트머스』, 『감(感)에 관한 사담들』, 산문집 『그사람 건너기』.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공지 여행 2010.12.31 2040 135
공지 타인 2008.02.12 2337 112
공지 아틀란티스 2007.04.12 1947 56
공지 FM 99.9 2004.09.26 2424 85
공지 여전히 그대는 아름다운지 2004.12.15 2645 125
공지 탈수 오 분간 2004.06.01 2452 100
» 로그인 2005.09.01 2315 84
공지 스트로 2003.09.18 2358 88
공지 후회의 방식 2005.03.18 1573 127
공지 장안상가 2004.06.03 2410 87
공지 대학병원 지하주차장 2004.02.28 1574 31
공지 검은 비닐 가방 2006.02.15 1773 55
공지 농협창고 2006.07.27 1735 55
207 경운기를 따라가다 secret 2001.12.27 1363 59
206 사월 초파일 전봇대 secret 2001.12.27 1116 41
205 꽃이 피다 secret 2001.12.27 1446 42
204 수배전단을 보고 secret 2001.12.27 1126 39
203 산동네의 밤 secret 2002.01.02 1703 42
202 흔적 secret 2002.01.02 2008 52
201 이른 봄산을 오르다 secret 2002.05.30 593 20
200 청춘은 간다 secret 2002.06.03 1571 44
199 그릇에 관하여 secret 2002.07.04 621 22
198 빈집 secret 2002.07.04 937 20
197 을왕리 바다 secret 2002.07.04 873 24
196 희망이라 싶은 secret 2002.08.27 659 20
195 원 속의 女子 secret 2002.08.27 665 26
194 단추를 달며 secret 2002.09.05 592 22
193 장마 이전 secret 2002.09.05 561 22
192 365일 현금자동지급기 secret 2002.09.05 652 26
191 기별 secret 2002.10.06 564 23
190 버려진 인형 secret 2002.10.06 669 25
189 양산리 四季 secret 2002.10.06 525 20
188 밤기차 secret 2002.10.06 797 22